이 기사는 03월29일(06: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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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손꼽히는 우량 대기업들이 신용등급 하락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무리한 확장을 이유로 연이어 등급을 떨어뜨리거나, 하향조정을 경고하고 있어서다. 대외신인도 악화와 차입비용 상승을 우려한 대기업 재무팀은 재무비율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기업별로 어떤 전략과 해법이 논의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로 내리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한다.”
지난해 10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롯데에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달했다. 금융위기 이후 꿋꿋하게 버텨온 ‘A급’ 신용 지위를 박탈한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던 롯데의 재무상황에 이상 신호가 잡혔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롯데 재무팀엔 곧바로 가장 어려운 숙제가 떨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확장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재무비율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라는 지시였다.
◆호주 울워스보다 낮아져
국내 최우량 기업 중 하나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무디스의 이번 조정으로 호주 최대 유통업체인 울워스보다 낮아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롯데쇼핑에 울워스와 같은 ‘A3’ 신용등급을 부여해왔다. 21개 등급 체계 중 8번째로 높은 등급이다.내수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상위 경쟁업체 영국의 테스코(Baa1), 프랑스의 까르푸(Baa1)와는 등급이 같아졌다. 두 회사 등급이 2000년대 들어 각각 3단계와 4단계 등급이 떨어진 결과다. 미 월마트는 Aa2로 상위 4번째, 미 코스트코는 A1으로 6번째 등급을 받고 있다.
국제신평사들은 롯데가 소비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 평가했다. 수익보다 더 빠른 빚의 증가도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배율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3.1배로 2008년 말 0.9배에서 확대됐다.
등급이 추가로 떨어지면, 롯데쇼핑의 신용도는 미 식품유통업체 크로거(Baa2)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aa2)와 동급이 된다. 투기등급 채권(junk bond)보다 불과 2단계 위인 등급이다.
◆이자 ‘0%’ 메자닌 활용
롯데 재무담당자들은 우선 돈을 빌려쓰면서도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메자닌’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메자닌은 1층과 2층 사이 경계가 모호한 구역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자본과 부채로 명확하게 나누기 힘든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등이 해당한다.롯데쇼핑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잇따랐던 지난 2011년 6월 국내 최초로 ‘마이너스 이자’ 해외 CB 발행에 성공했다. 2016년 6월까지 65만원어치 채권당 롯데쇼핑 보통주 1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붙여 판 덕분이다. 달러 표시 5억달러 CB는 이자가 0%, 엔화 표시 325억엔 CB는 이자가 -0.25%였다.
롯데의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 1월에는 해외 EB도 국내 최초로 ‘0%’ 이자율 발행 기록을 세웠다. 롯데하이마트 주식과 9만780원에 맞바꿀 수 있는 조건으로 5년 간 3억330만달러를 빌렸다.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3년 뒤 조기상환 청구권(풋옵션)도 제공했다.
◆영구채 발행도 “연구중”
롯데쇼핑은 재무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해외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수의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해외 영구채 발행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외국계 IB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연구 중인 단계”이라고 답했다.
영구채는 일반회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줘야 하지만 만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 있는 조건 덕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에 성공한다면 부채비율을 낮춰 추가적인 등급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게 IB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2008년 50%에서 지난해 9월 말 79%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려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회계적인 논란의 빌미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일반기업 최초로 해외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자본인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A)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사실상 5년 뒤 조기상환을 보장하는 조건들을 끼워넣은 게 화근이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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