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입력 2013-05-02 14:11   수정 2013-05-02 16:09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팀 라이스가 작사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세계 뮤지컬 역사에 커다란 종적을 남긴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두 천재가 재기 넘치는 20대 초반에 합작한 이 작품은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소재와 내용, 실험적인 음악과 형식으로 뮤지컬계에 큰 충격을 줌과 동시에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7일간 이야기를 ‘배신자’ 유다의 시선으로 그린다. 예수의 고난을 인간적인 갈등으로 묘사하고, 유다를 예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한 존재지만 엄청난 내적 고통을 겪는 인물로 등장시킨다. 창녀인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를 ‘남자’로 사모한다. 영화로 제작될 때마다 기독교계의 반발로 논란을 빚어온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최후의 유혹’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다.

웨버는 이런 내용을 1960~1970년대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반항의 상징인 록음악에 담았다. 예수를 당시 민중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식민 통치에 저항하는 ‘수퍼스타’로 그린 것이다. ‘신성 모독’이란 저주에 가까운 비판도 받았지만 작품만 놓고 봤을 때는 ‘혁명적인 뮤지컬’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극단적인 평이 오간 이 작품이 ‘록뮤지컬의 전설’로 불리며 40여년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탁월한 음악 덕분이다.

설앤컴퍼니 제작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고 록음악의 강렬함과 풍부함을 충실하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무대였다. 2004년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지기 전까지 원작의 실험정신과는 달리 종교적인 색채가 입혀져 성극으로 탈바꿈했던 국내 공연과는 달랐다.

웨버가 이 작품을 ‘록뮤지컬’이 아닌 ‘록오페라’로 부르는 것처럼 록으로 이뤄진 오페라를 보는 듯했다. 이 작품은 음악과 창법은 록이 주조를 이루지만 오페라적인 성격이 짙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지는 극진행은 물론 등장 인물에 따라 테너 바리톤 베이스를 나누는 음역 배치나 앙상블도 오페라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최고음을 요구하는 예수 역부터 최저음을 내는 대제사장 역을 맡은 배우들은 고난도의 노래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단순미가 돋보이는 무대세트와 예수의 고통을 표현하는 안무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지나 연출이 직접 번역한 한국어 가사는 아쉬웠다. 요즘 가요처럼 상당수 노래에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다. 한국어 가사는 물론 영어로 반복되는 가사는 특히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예수가 “베드로, 존, 제임스”를 반복해서 부르는 장면에선 실소마저 나왔다. 베드로를 영어식으로 ‘피터’라고 하든지, 존과 제임스를 ‘요한’과 ‘야고보’로 하든지 한가지 언어로 통일해야 맞다. 멜로디에 맞추기 위해 그렇게 번역했는지 몰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음악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유명 제작자 캐머론 매킨토시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가사 전달’이다. 공연은 내달 9일까지, 5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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