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갖고 '빅 데이터' 활용하면 고객불만 줄고 매출이 늘어난다

입력 2013-05-02 15:30  

경영학 카페

SNS 이용해 고객 성향 파악…헨켈·DCM캐피털 사례 참고



#1. ‘쌍둥이칼’로 유명한 독일의 주방용품업체 헨켈은 출시한 칼들의 매출이 예전같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다양한 상품도 만들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객들을 찾아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도 봤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헨켈은 궁리 끝에 그때까지 사용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사람들이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 저장된 모든 메시지, 즉 빅 데이터를 들여다 본 것이다. 헨켈은 ‘주방용 칼’과 ‘헨켈’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사용된 문장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내용을 살펴보니 헨켈의 칼에서 나는 냄새가 싫다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곧바로 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데 집중, 매출을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2. 영국의 투자회사인 DCM캐피털은 트위터 안에 저장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주가를 예측,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 회사는 사람들이 특정 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할수록 그 여파가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 대학들과 손을 잡고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우선 최근 10개월간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주고받은 1000만개의 메시지들을 분석,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이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알아봤다. 이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실제로 떨어졌는지 비교해봤다. 놀랍게도 그들은 트위터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많이 오간 기업 열에 아홉은 주가가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DCM캐피털은 트위터에서 떠다니는 빅데이터들을 분석하는데 집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종래의 방법으로는 다룰 수 없다고 여겨지던 데이터, 즉 빅 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전엔 지금처럼 데이터가 풍부하지도 않았고, 분석 역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기껏해야 부분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전체를 예측하는 통계 기법이 분석방법의 전부이자 한계였다. 선거 때 활용되는 여론조사나 공장에서 불량률을 파악하는 샘플링 기법이 그 예다.

이제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가 사방에 떠돌아다니는 세상이 됐다. 기업은 경영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스템에 돈을 투자, 하드디스크에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얻은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중요한 이유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영 혁신 방법론이나 정보기술(IT) 도구와 마찬가지로 빅 데이터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도와줄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경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마법의 지팡이’로 여겨서는 안 된다. 빅 데이터 활용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회사가 비즈니스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활용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왜 분석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빅 데이터 활용의 핵심이다.

앞에서 든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헨켈은 떨어진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이 자사의 제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불만 요인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DCM캐피털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가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야만 했다. 이처럼 두 회사는 모두 명확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데이터를 찾아 활용했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빅 데이터’하면 IT 시스템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빅 데이터가 화두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번에는 또 어떤 시스템을 구매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고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갖추고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과 빅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IT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전략과 당면 과제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이다. 먼저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에 맞는 데이터를 찾아 활용하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설령 IT나 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얼마든지 빅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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