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몬태나 산불'과 국회의 바보들

입력 2013-05-02 17:24   수정 2013-05-02 21:37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박근혜정부가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제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중화학기업들이 공장을 증설할 수 있게끔 국가 소유 부지를 빌려주기로 했고, ‘메디텔(병원이 운영하는 숙박시설)’ 허용을 통해 의료관광 활성화의 걸림돌 한 가지도 해결해줬다.

대통령의 말마따나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규제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돈 안 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 규제완화의 경제 효과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10대 그룹이 쥐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현재 124조원으로 불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금융상품을 떠돌고 있는 자금만도 47조원이나 된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살리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경기 회생을 위해 긴급 편성키로 한 추가경정예산(17조원)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

대통령의 규제완화 '고군분투'

박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국정 아젠다로 강조한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에 그치는 것 아닐지 걱정이 크다. 국정의 또 다른 강력한 축인 입법기관, 국회 때문이다.

대통령이 규제완화 패키지를 발표하기 전날, 국회는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규제법을 쏟아냈다. 하도급거래 규제 등 수십개 법안은 시장경제 생태계를 왜곡시켜, ‘보호’해주겠다는 중소기업들마저 피해자로 만들 게 분명한 내용을 담았다. 중소기업 대표를 포함한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서둘러 국회를 찾아가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최소한의 보완’을 애타게 호소했던 이유다.

그런 목소리에 귀 막으면서까지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뿌리째 꺾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국회의원들이 했다는 얘기는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한다. 경제5단체 대표와의 면담조차 거부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원안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재계의 로비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강행을 고집했고, 결국 집권 새누리당 의원들도 법 통과를 거드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얘기 말이다.

'생태계의 교훈'에 눈감은 국회

시장경제는 수많은 참여자들에 의해 쉴 새 없이 거래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거대한 생태계다. ‘경제민주화’ 같은 정치적 도그마가 끼어들어 특정 참여자의 발목을 아무렇게나 묶어 놓아도 되는 곳이 아니다. 기업가들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강력한 설계주의로 경제를 주물렀던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 경제민주화 실험’이 처절한 실패로 끝난 게 그걸 웅변한다.

그런 교훈에조차 무지(無知)한 정치인들에게 인류문명의 수수께끼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최신 논문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를 꼭 읽기 권한다. 논문에는 ‘미국 서부 몬태나지역의 산불’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광대한 미국 서부의 숲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낙엽과 나뭇가지 등이 썩지 않고 말라버린 채 쌓이는데, 적당한 주기(週期)로 화재가 일어나 적당히 타버려야 숲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이런 서부 숲의 생태계 특성을 알지 못했던 이주자들은 정착 초기에 산불이 일어나는 족족 어설프게 진화(鎭火)를 시도하다가 파괴적인 규모의 대형 화재로 확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몇 차례 실패를 되풀이하고 나서야 “서부의 산불을 진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풀에 꺼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라는 ‘정답’을 찾아냈다고 한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사회주의 실험의 잇단 실패를 보고서도 ‘정답’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애써 눈감고 있다.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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