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기업 성공 죄악시…투자·기업가 정신 '말랐다'

입력 2013-05-03 15:42  

A라는 투수가 있다. 평균 시속 140㎞를 꾸준히 던진다. 하체는 박찬호 급, 상체는 류현진 급이다. 매년 10승 이상을 해왔다. 유니폼 판매액도 팀 안에서 가장 많은 연평균 5억원이다. 이 선수의 잠재능력(경제로 보면 잠재성장률)은 ‘시속 140㎞-10승 이상-5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웬일인지 구속이 130㎞대로 떨어졌고, 아직 승수가 없다. 유니폼 판매액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한마디로 A의 성적표는 잠재능력을 훨씬 밑돈다.

#"사내유보율 높지만…"

이제 A를 대한민국 경제로 대체해보자.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떨어졌다면 이만저만한 비상이 아니다. 무엇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렸는지, 혹은 갉아 먹었는지를 파악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요즘 한국 경제의 모습이 딱 이 꼴이다. 기초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원론적으로 잠재성장률은 기술력, 자본력, 인재역량, 생산성 등과 같은 생산요소의 질과 양에 달렸다. 기업 자유도, 국가권력의 규제 및 개입, 법치, 건전한 통화정책, 개방성도 변수다.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이런 것들이 안 좋은 흐름을 보인다면 대개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산요소 등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정책이나 제도 탓이다.

기업의 자본력은 그리 나쁘지 않다. 장사로 번 돈을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정도를 나타내는 사내유보율은 10대그룹의 경우 1400%를 넘는다. 남은 돈(잉여금)이 납입자본금의 14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정상적이라면 이 돈은 신규 투자를 통해 고용과 생산을 늘리는 데 쓰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 돈을 쓰는 데 주저하게 만든다. 바로 기업을 죄악시하는 포퓰리즘이 만연해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계열사 간 거래 금지(일명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인하 금지(납품단가 후려치기)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실질적인 효과 없이 일자리와 납품 농가의 소득만 줄였다는 게 결론이다. 대형마트가 생길 경우 수만개의 중소기업 제품이 따라 들어간다. 결국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수만개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 기회가 날아가는 것과 같다. 대형마트는 하나의 집결지일 뿐이다.

#"투자하면 문어발 비난"
계열사 간 거래 금지 처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오너의 자녀가 운영하는 빵집에 빵주문 등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도 막히게 됐다. 엄청난 벌금을 물리는 마당에 기업들이 움츠릴 것은 뻔하다.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회사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비즈니스화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현상이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 금지로 인해 기업들은 그동안 거래했던 중소기업들로부터 만에 하나 고발당하지 않기 위해 거래처를 외국사로 옮기려 한다. 경영상 위기에도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소송을 통해 손해액의 세 배를 물도록 했다.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가 소송을 당할 판이니 외국 중소기업과 거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반기업정서가 팽배해가고, 정치권이 이에 편승하는 마당에 새로운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 1991~2000년 평균 설비 투자 증가율은 9%를 넘었다. 세계 금융위기와 강성노조의 잇단 출현으로 국내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2000~2010년엔 연평균 3.9%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설비 투자가 최근 10개월 동안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올 들어 지난 1월과 2월 증가율은 -15.6%와 -18.2%에 달했다. 기초체력 바닥 수준이다.

기업을 사들이면 문어발 확장이라고 하고, 대형마트 출점을 늘리려 하면 골목상권 침해라고 하고, 일본 엔화 약세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세지는 상황에서 선뜻 투자하려는 기업의욕은 바닥에 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가들은 위험(리스크)을 무릅쓰고 투자한다. 성공하면 성장하고 실패하면 무너진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한 보장을 해줄 수 없다. 기업가정신은 자유로운 시장과 경쟁, 반칙 없는 법치주의, 이익의 보호가 없이는 발휘되기 어렵다. 기업가의 성공을 반칙과 착취의 결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많은 소비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제품을 찾은 결과 대량 생산하게 된 대기업이 괴물로 그려진다.

#일자리 창출 의욕 상실

생산성 역시 문제다. 울산 현대자동차의 생산성이 미국 앨라배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앨라배마 공장은 생산성이 높은데도 월급은 울산공장보다 낮다. 막강한 정규직 노조로 인해 월급을 좀 낮추고 사람을 더 고용할 수도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막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노조라는 말이 있다. 정규직 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 비정규직에게 그 임금을 다 보장해 주어선 회사가 버틸 재간이 없다.

정책 당국간 엇박자도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최근 일본 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으로 한국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악화되고 있다. 이런데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금리 인하를 놓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기업들이 신음하는데 당국은 자기가 옳다고만 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잠재성장률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보자.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무엇인지, 올리는 정책 수단은 어떤 것이 있는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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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성장률· 경제 성장률이 뭐지??

잠재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이라는 용어는 쌍둥이처럼 언뜻 구별하기 어렵다. 잠재성장률은 운동능력과 비교하면 쉽다. 체육에선 근력, 지구력, 민첩성 등이 실력을 좌우한다. 경제에선 이런 것들 대신 투자, 자본, 생산성, 기술력, 고용능력, 인력 등 생산요소의 수준이 중요하다. 조금 유식하게 말하면 ‘한 나라의 경제가 현재의 여건하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 등의 생산요소를 사용해 올릴 수 있는 최대의 생산증가율 능력치’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6%→4%→3%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경제체력 저하)고 분석한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단순히 일정 기간(분기 또는 연간) 중 한 나라의 경제 규모, 즉 국민소득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1년 동안 경제활동을 한 각 영역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전년도와 비교해 얼마만큼 증가했는지를 보는 중요한 척도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국민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을 지표로 사용한다. GNP는 국적(해외 한국인 생산 포함, 국내 외국인 생산 불포함), GDP는 영토 중심(국내 외국인 생산 포함, 해외 한국인 생산 불포함)이다.

문제는 두 지표의 상관관계다. 잠재성장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나쁘면 체력을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안 쓰고 있다는 뜻이다. 아주 좋지 않은 징후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2%대)이 잠재성장률(3%대 후반)을 밑돌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두 지표 모두 4%는 돼야 신규고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에 활력이 붙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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