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영 기자] 어릴 때부터 흑인음악을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다. 이태원 일대를 떠돌며 흑인 친구를 사귄 소년은 동료들로부터 가무 실력을 인정받은 이후 우연한 계기로 소속과 이름을 여러 차례 바꿔가며 래퍼로 활동했다. 현재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 겸 프로듀서로 성장했다. 비, 엠블랙 프로듀서로 유명한 태완 C-LUV 얘기다.
4월25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한경닷컴 w스타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태완은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무거운 이미지와 달리 선한 말투와 깍듯한 매너로 호감을 안겼다. 아주 오랜만에 인터뷰를 해본다며 연신 호흡을 가다듬던 그는 “제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맞죠?”라고 해맑게 질문해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 있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인디씬이나 힙합계에선 모르는 이 없는 유명 인사지만 아이돌 위주의 대형가수에 익숙해진 리스너들은 여전히 태완의 존재를 낯설어하곤 한다. 그의 인생과 음악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의 손길이 닿은 곡을 이렇게나 가까이 접촉하고 있었음에 놀랄 것이다.
■ 못 다 이룬 가수의 꿈
태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Rich C Nuts, C-Mack 등 다수 이름을 거치는 동안 흑인 친구들과 어울려 소울트레인, R.crew를 결성, 자유롭게 음악을 즐겼다. 2006년 C-LUV 태완이라는 이름으로 첫 정식 데뷔 앨범을 낸 태완은 이후 라이머와 함께 거처를 고민하던 중 비, 엠블랙 소속사 제이튠캠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소속사의 지원 아래 가수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바쁜 소속사 일정에 맞춰 프로듀싱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가수 대신 ‘전문 프로듀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자괴감에 키이스트로 소속을 옮겨 신인 발굴에 힘을 쏟으려 했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김현중 프로듀서 자리를 채우게 됐다.
이외에도 태완은 비, 신화, 엠블랙, 디유닛, 허영생, 버벌진트, 유키스, 김현중의 프로듀싱을 맡은 것은 물론 이효리, 신화 이민우, 주석, 이현도, 거미, 렉시, 휘성 등의 음반에 보컬이나 랩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2003년 발매된 신화 ‘윈터 스토리’ 앨범에 참여할 당시에는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PD 피처링에 참여했던 태완을 눈여겨본 음악 관계자들이 전속계약 및 피처링을 요청해왔는데 그중 한 명이 신화 이민우였다. 입소문이 났다고 해도 검증되지 않은 면이 있었기에 작곡가 김도훈이 보증을 서 주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민우와 인연을 맺은 태완은 향후 그의 솔로앨범 피처링은 물론 공연 무대에 올라 댄서 겸 래퍼로 활약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같이 작업한 분들은 다 기억에 남죠. 다들 친하거든요. 굳이 꼽자면 최근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박재범 씨요. 그분 음악 스타일을 제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항상 같이 작업하는 친구이기도 하거든요. 박재범 씨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을 준 적이 있는데 그게 실릴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데뷔 7년간 고작 정규 1장, 싱글 3장밖에 내지 못할 정도로 타 가수 프로듀싱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태완. 많은 생각을 하던 중 더 늦기 전에 진짜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을 굳게 해 준건 태완의 황금인맥 DM이다. 디유닛 제작자이자 YG출신 래퍼인 DM(이용학)과 약 2년 전 프로듀싱 팀으로 뭉친 뒤 한층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고, 결국 그가 몸담고 있는 소속사로 옮겨 활동 재개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조PD, 이현도, 김도현 작곡가 등 많은 분들의 러브콜이 있긴 했지만, 전 사실 YG에 너무 가고 싶었어요. 그때 YG에 계시던 이현도 형님께서 오라고 하셨는데 라이머가 워낙 확고하게 전폭지원을 약속하는 바람에 그 쪽으로 가게 됐죠. 가끔 그때 YG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물론 후회는 하지 않지만요.(웃음)”

■ 7년만에 가수 컴백
그런 그가 5월14일 드디어 새 싱글을 발매하고 팬 곁으로 돌아온다. 2006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A love confession’을 발표한지 무려 7년만이다. 3장의 싱글곡이 가뭄에 콩 나듯 발표되긴 했지만 바쁜 프로듀서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인 방송 활동이나 앨범 홍보는 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한 장은 미국에서 발표한 영어 버전이고, 다른 한 장은 타 아티스트와 듀엣으로 낸 것이기에 온전히 자신의 한국 팬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신곡 ‘It’s OK’는 빠른 느낌의 R&B곡이에요. 이번에도 제가 가사를 썼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할 거예요. 위트있고 재치있게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중간에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전 애프터스쿨 리더 가희 씨가 참여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배우 최승아 씨 섭외를 고려했는데 깨끗하고 청순한 목소리와 섹시하고 농염한 목소리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가희 씨를 선택하게 됐죠.”
흑인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 태완의 노래는 꽤 ‘어려운’ 곡으로 평가됐다. 과거 JYP 박진영이 태완의 음악을 들어본 후 “5년 후에나 나와야 할 음악”이라고 말했을 정도. 태완 자신 역시 어렵다는 반응이 줄을 잇자 대중음악을 가르친다는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가요계도 자신의 음악을 받아줄 만큼 바뀌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숨겨온 욕심을 꺼냈다. 이 날을 위해 프로듀싱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나만을 위한 곡’을 작업하기도 했다.
“가끔 남 줄 곡이 탐날 때도 있었죠. 그래도 이미지에만 맞으면 웬만한 건 다 줬어요. 사실 큐브엔터 홍 대표님이 비를 통해서 제 곡중에 하나를 마리오나 비스트에게 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는데 제가 너무 아끼던 곡이라 끝내 안 준 적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못 부르고 있는데 그때 그냥 드릴걸, 참 죄송하네요.”
반면 대박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엠블랙 승호가 솔로 활동을 준비할 때 타이틀곡으로 주려고 만든 곡이 있었는데, 활동 계획이 무산되면서 엠블랙 타이틀곡으로 넘어갔고 이마저도 ‘오예’가 최종 타이틀로 낙점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이후 비에게 넘어간 이 곡은 ‘널 붙잡을 노래’에 다시 한 번 밀리면서 그 앨범의 수록곡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2010년 발매된 비의 미니앨범 ‘Back To The Basic’ 4번 트랙 ‘똑같아’에 얽힌 얘기다.
그런데 프로듀서로서 만든 곡을 제때 팔지 못할 만큼 가수에 대한 애착이 높은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진짜 직업으로 ‘프로듀서’를 꼽았다. 작곡이 더 좋지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
“제가 만든 아이돌 곡을 외국인이 들으면 전혀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직접 노래해서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돌로는 (제 음악을)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제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뭐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는지, 초심을 잊지 않고 활동하려고 해요. 처음 음악 하면서 느꼈던 희열도 다시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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