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이런 불행 다시 없어야"
시위학생단체 "실체적 진실 먼저"
“법을 수호하다가 목숨을 바친 경찰관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데 24년이나…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경찰청 정문 앞 동백광장. ‘5·3 동의대 사태’ 희생 경찰관 추모 행사에 참가한 유족대표 정유환 씨(54)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당시 사태로 숨진 고(故) 정영환 경사의 형이다.
이날 행사엔 순직 경찰관 유족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허남식 부산시장, 전몰군경 유족회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매년 단출한 추모 행사가 있었지만 올해 행사는 지난해 8월 ‘동의대사건 희생자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된 뒤 처음 열린 대규모 추도식이다.
유 장관은 국무위원 자격으로는 처음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희생 경찰관에 대한 명예 회복과 적절한 보상이 뒤늦게나마 이뤄져 기쁘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가 질서와 국민 안녕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명예를 반드시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의대 사태 때 형사기동대 대원으로 참가해 중화상을 입었던 신완재 부산진경찰서 경무과 경위(54)는 “지금도 동료들의 처참한 소리가 귀에 생생해 고통스럽다”며 “불행한 경찰관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가 정착되고 평화가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백광장에서 열린 제막식에선 검은 대리석 위에 희생경찰관을 기리는 7개의 흉상 부조 동판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33㎝ 세로 43㎝ 크기의 동판에는 동의대 사건 당시 희생된 경찰관들 얼굴이 새겨져 있다. 흉상이 들어선 부산경찰 추모공간은 동의대 사태 발생 20년 만인 2009년 마련됐고, 2년 뒤에야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동의대 사태에 연루된 시위자 46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2년 4월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경찰관의 희생은 인정되지 않았다. 2009년에야 발의된 ‘동의대 사건 등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희생경찰관 7명에 대한 공식적인 보상의 길이 열렸다. 지난 2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상금심의위원회는 순직 경찰관 1인당 최고 1억2700만원을 보상할 것을 최종 의결했다.
동의대 사태 당시 희생된 경찰관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유족들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가해자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시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화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다른 민주화 단체에도 행사 초청장을 보냈지만 어느 단체도 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시위 학생들 모임인 5·3 동지회 측은 “시위학생들과 함께 경찰관도 시대의 희생자”라며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 동의대 사태
1989년 5월3일 동의대에서 일어난 학생 시위 도중 경찰이 동의대 중앙도서관에 감금돼 있던 경찰관 5명을 구출하기 위해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경찰관 7명이 사망한 사건. 사건에 연루된 대학생 46명은 2002년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고 보상금을 받았다.
부산=김태현/강경민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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