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LP판의 부활

입력 2013-05-14 17:25   수정 2013-05-14 23:1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LP음반이 처음 나온 것은 1932년이었다. 12인치 직경에 잡음이 적고 1분에 33번이나 회전할 수 있어 이전까지의 고무나 셸락(천연수지의 일종) 제품보다 많은 곡을 담을 수 있었다. 이후 20세기 최고의 음악재생 매체로 인기를 끌었다. CD가 나오고 MP3가 등장한 뒤로 점차 뒷방으로 밀려났지만, LP판은 세계의 음악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MP3 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집에서는 아이팟 대신 LP판으로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차가운 디지털보다 따뜻한 아날로그 선율이 그를 편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쇠락했다. 디지털 음원에 밀려 창고에서 먼지를 덮어쓰거나 아예 고물상 신세를 졌다. 그러던 LP판이 2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다고 한다. 중년뿐만 아니라 20~30대도 좋아한다니 이도 놀랄 일이다. 이들은 “CD나 MP3 음악도 깨끗하고 좋긴 한데 LP판에서는 그런 음악에서 들을 수 없던 풍성한 음이나 감성까지 느껴져서 더 좋다”고 말한다. 판을 닦고, 얹고, 돌리는 과정도 하나의 의식처럼 즐겁다고 한다. 고물 취급을 받던 턴테이블이 귀한 대접을 받고, LP로 음반을 내는 뮤지션도 늘고 있다. 패티김과 들국화에 이어 2AM, 지드래곤 등이 LP로 앨범을 냈고 ‘가왕’ 조용필도 곧 LP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2005년 서라벌레코드사를 끝으로 사라졌던 LP음반 제조공장도 다시 생겼다. 새벽 2~3시까지 작업해도 밀린 주문을 맞추지 못할 정도라니 격세지감이다. LP의 또 다른 맛은 음반제작 과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디지털 음반은 소리를 따로 녹음해 기계로 믹싱하지만 LP는 악기들을 한 공간에 두고 녹음한다. 그 미세한 진동이나 잡음들이 모여 인간적이고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7080세대를 넘어 2030세대까지 확산되는 ‘LP의 봄’이 더 반가운 것은 단순한 복고 트렌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감성적 공감대가 그만큼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남북, 여야, 노사, 갑을, 세대 갈등이 극심한 요즘이다. 강한 비트와 빠른 템포의 K팝 콘텐츠가 조곤조곤한 LP그릇에 담겨 물 흐르듯 스며들 때 우리 사회도 그만큼 부드러워지지 않겠는가. 이미자 패티김에서 송창식 조용필을 넘어 싸이와 소녀시대까지 정서적 유대감이 커지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이어폰 세대가 음악다방 세대를 이해하게 되고 디스코 세대가 클럽 세대를 포용하며 서로가 같은 젖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LP판. 이왕이면 제대로 살아나서 지치고 날선 사람들의 마음에 안식과 조화를 주는 ‘천사의 하모니’가 되어주기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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