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女 노려라" 보이스피싱 '기승'

입력 2013-05-15 14:53   수정 2013-05-15 16:07

1~4월 보이스피싱 1402건 발생


경남 창원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56·여)는 지난 8일 오후 괴한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아들을 납치했으니 2000만원을 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이성을 잃은 A씨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은행으로 향했다.

A씨는 자신과 괴한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들은 택시운전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걸려들지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A씨처럼 50대 여성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이면 다급한 마음에 돈을 부칠 수 밖에 없는 ‘모성애’를 악용한 것이다. 경찰청이 15일 발표한 1~4월 전국 보이스피싱 범죄 현황에 따르면 피해자가 50대인 경우가 21%로 가장 많았다. 50대 외 피해자들은 연령대별로 △60대 20% △70대 15% △80대 2%를 차지, 50~80대 중·노년층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의 58%에 달했다.

40대 이하 피해자는 △30대 17% △40대 13% △20대 11% △10대 1%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55% △남성 45%로 여성이 조금 많았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대가 21%로 가장 많았고 △오전 11시대 19% △오전 9시대 16% △오전 12시대 10%로 나타나 오전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66%였다.

중·노년층 여성들이 집안에 홀로 있는 오전 시간 대를 노려 수사·금융기관을 사칭해 접근한 것이다. 2~4월에 중국 청도·길림성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딸을 납치했다”며 주부 15명을 속여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50~60대는 경제력이 뒷받침돼 다른 연령대에 비해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다”며 “여성 피해자가 남성 피해자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은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접근해 모성애를 자극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4월 보이스피싱 사건이 전년 동기 대비 43.6% 감소했지만 경찰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2485건(피해액 274억원) 발생했던 보이스피싱 범죄는 올해 같은 기간 1402건 벌어졌다. 경찰은 이 중 799건에 연루된 1393명을 검거했고 그중 58명은 구속했다. 경찰은 향후 전국 일선 경찰서 산하 금융범죄수사팀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을 계속 단속할 예정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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