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감동 없는 中企 지원방안

입력 2013-05-15 17:11   수정 2013-05-16 08:32

박수진 중소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수술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갈렙의 유경길 사장(50)은 은행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은행의 대출 거부로 사업이 벼랑 끝에 몰렸던 일이 있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의료기기 유통사업을 하던 그는 2006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2년 하면 금방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년간 20억원 넘게 들어갔다. 제품 개발이 끝날 때쯤 자본금이 바닥났고, 겨우 미국 유통업체와 연간 100만달러짜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구나”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단순 나열식 지원방안 안돼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번엔 은행이 문제였다.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대출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납품 계약서를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국책은행도 시중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자본금이 마이너스인 기업에 어떻게 대출을 해주느냐”는 것이었다.

피눈물이 났다고 한다. 겨우겨우 다른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납품을 시작했다는 그는 이제 은행 얘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다. 11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포함해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 마케팅 지원 등 ‘종합선물세트’를 내놨는데도 정작 수혜자들은 시큰둥해 한다.

왜 그럴까. 취재해 보니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신뢰 문제다. 유 사장 등 수출 기업인들은 “정부가 아무리 수출 기업을 지원하라고 은행들을 독촉해도 은행 창구에선 꿈쩍도 안 한다”며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듣기 좋은 얘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는 변죽만 울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수출지원대책의 주요 타깃을 내수 기업과 수출 초보기업으로 잡았다. 이들의 수출역량을 평가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해 2017년까지 수출 중소기업을 10만개(지난해 말 8만6000개), 그중 1000만달러 이상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3000개(1952개)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이 원하는 답 고민해야

이 얘기를 들은 키코(KIKO)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장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61)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키코 피해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수출 중소기업들인데 이들을 회생시키는 방안 없이 생뚱맞게 무슨 새로운 중기 수출 대책이냐”고 되물었다.

또 이번 대책엔 중소기업 수출하면 빠질 수 없는 부품기업에 대한 수출촉진방안이 쏙 빠져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5만여개 중소 부품사들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준비된’ 수출기업들이다. 이들의 수출 길을 뚫어주는 대책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대책들이 모두 빠졌을까. 한 고위 공무원은 “대책을 만드는 데 딱 3주일 걸렸다”고 했다. 그 시간에 대책 초안을 잡고, 관련 부처들에 구체적 방안을 부탁하고, 이를 취합해 조율하고, 발표문안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취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성공에 이르는 쉬운 길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출대책과 벤처·창업 지원방안에 이어 중견기업 육성대책, 실패 기업 부활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변죽만 울려서는 안된다.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정면으로 다뤄서 답을 줘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 대통령’ 공약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박수진 중소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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