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팬택) 놓은 '한 수'에 권오현(삼성) '신의 한 수'로 화답

입력 2013-05-22 14:33   수정 2013-05-22 16:38

삼성전자, 팬택 지분 10% 인수...3대 주주 올라


22일 오전 11시께. 점심시간을 앞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삼성전자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이거 뭐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같은 시간 팬택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팬택은 삼성전자가 자사 지분 10.03%를 인수해 3대 주주에 올라서게 됐다고 깜짝 발표했다. 삼성의 총 투자금액은 530억원. 삼성전자는 이번 지분 인수로 미국 퀄컴(13.92%), 산업은행(13.75%)에 이어 팬택의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삼성전자는 퀄컴과 마찬가지로 팬택의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 팬택, 유동성 확보·삼성, 주요 거래선 보호

지난 3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밤낮으로 제품개발에 매달려도 승자독식으로 굳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앞길은 막막했다. 지난 해는 5년 만에 최대인 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보조금 급감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품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도움을 요청한 곳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부회장.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분야에서 두 회사는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에게 팬택은 내부 거래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선 가장 큰 부품 거래선이다.

박 부회장은 권 부회장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운영자금 확보에 보탬이 되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회장은 이미 3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2000억원에 달하는 외부자금을 유치해 회사 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투자 유치의 첫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삼성전자였던 것.

제안을 받은 삼성 역시 주요 거래선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팬택이 무너질 경우 팬택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계도 흔들린다는 점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이 국내에서 밀려나면 삼성전자의 독과점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삼성전자 DS 사업부에 투자를 요청했고, 그쪽에서도 주요 거래선과 협력업체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경쟁사이면서 동시에 협력관계에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지분 인수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전자 주요 계열사로부터 부품 구매를 하고 있다. 팬택의 삼성 계열사 부품 구매는 지난해 2353억원, 최근 5년 합계는 8116억원에 달한다.

◆ 국내 시장 팬택-LG 2위 다툼 더 치열해질듯

팬택은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자금을 통해 일단 한 숨 돌리게 됐다. 당장 유동성 확보는 물론, 추가 투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도 530억원의 보증금을 낸 대신 연간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거래선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삼성전자의 팬택 지분 인수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지배구조의 변화가 제품 판매와 직결돼 시장점유율(MS)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LG와 팬택이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로서는 삼성의 팬택 지분 인수가 달가울리 없을 것"이라면서도 "MS를 흔들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팬택이 삼성전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마케팅과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수 있어 2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향후 팬택에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팬택은 1대 주주인 퀄컴으로부터 AP 전량을 공급받고 있지만, 이번 인수로 삼성도 부품 공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상생 협력 모델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과 협력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며 동종업계의 기반을 강화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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