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5년…파산 20곳·소송 150곳…악몽 '현재진행형'

입력 2013-05-22 17:03   수정 2013-05-22 22:36

대책위 "1000여개 기업 10조 피해" 주장
수출부진에 원리금 부담…앞으로가 더 문제

은행권 "상품 위법성 없었고 강매 안했다"




#1. 타이어 제조설비업체 동화산기의 박용관 전 사장. 그는 41년 동안 키워온 회사에서 2009년 해임됐다. 이 업체는 2007년 A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했다. 2008년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로 인해 18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박 전 사장은 채권 집행을 막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하지만 A은행은 동화산기가 회생해 돈을 갚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2009년 그를 해임했다. 이후 A은행은 동화산기의 지분 57.57%를 인수, 이를 170억원에 매각했다.

#2. 지난해 1월21일. 매출 90억원의 섬유업체 BMC어패럴의 임종목 사장은 6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회사는 2007년 B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 1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2008년 9월 은행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하면서 회사 사정은 더욱 악화돼 2010년 2월 결국 폐업 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7대째 지켜온 종갓집도 담보로 잡혀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2010년 11월 피해 금액의 30%를 B은행으로부터 배상받으라는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은행 측이 강제집행정지와 함께 항소했기 때문. 그는 이후에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2011년 말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 대동맥 파열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오가던 중 숨을 거뒀다.


○끝나지 않은 키코 악몽

2008년 4월부터 5월 사이 환율이 급등하면서 터지기 시작한 키코 사태. 이 사건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수출 중소기업에 ‘현재진행형’ 악몽으로 남아 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들어놨던 환헤지 상품인 ‘키코’는 예상밖의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에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됐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피해 업체 수를 1000여개, 피해액을 총 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코 공대위의 회원사 242개 중 20개가 파산했고, 18개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은행에 경영권을 빼앗겼다. 은행과 소송을 시작했던 220개 회사 중 71개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송을 포기했다.

문제는 피해 기업들의 고통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 기업들은 키코 사태 이전만 해도 대부분 신용등급 ‘BBB’ 이상으로 연 5~6%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키코 사태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율이 연 12~13%로 뛰어올랐다. 기업들은 키코 손실을 처리하기 위해 거래 은행들로부터 이 금리로 각자 대출을 받았다. 만기는 계속 연장되고 있지만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서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자와 원금상환 부담에 잠을 못 자고 있는 피해기업 경영자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는 게 공대위 측 얘기다.

○계속되는 논란

그렇다면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의 상황은 어떨까. 정석현 키코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은행들은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 전환을 통해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며 “이후엔 이를 매각해 차익까지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이 키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궁무진하다”며 “이 같은 횡포를 막고 우량 수출기업이던 키코 피해기업들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측 얘기는 다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이외에는 별다른 이익이 없다”며 “은행이 채권단으로서 기업을 관리하고 살리는 역할을 한 것일 뿐 경영권을 빼앗거나 이것으로 차익을 챙긴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키코 상품 자체엔 위법성이 없으며 법원도 현재까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며 “강매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은행이 고객인 기업에 상품을 강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키코 피해 책임, 이르면 내달 대법원 첫 판결 주목

키코 피해기업과 은행들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나올 키코 관련 첫 대법원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키코 사건은 총 60건. 이 중 한 건에 대해 곧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65건의 키코 관련 사건도 대법원 판결 이후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핵심은 은행 측에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엠텍비젼, 테크윙, 온지구, 에이디엠이십일 등 4개 기업이 제기한 키코 관련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은행 측에 “피해액의 60~70%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존엔 평균 20~30%를 배상토록 해 사실상 은행에 유리한 판결을 해 왔다.

키코 공대위 측은 “지금으로선 어떤 판결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키코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인 만큼 기업들의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 키코(KIKO)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환율 변동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미리 정해둔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시장 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하한선(녹아웃)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녹인) 위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두 배를 물어내야 한다. 달러를 비싸게 시중에서 사서 은행에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손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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