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낯선 가난' 품은 라오스…'맑은 미소'로 客을 품다

입력 2013-05-26 15:15   수정 2013-05-26 16:50

라오스 여행 이후 오랫동안 라오스에 붙잡혔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로라할 만한 명승지가 있는 것도, 교통이 편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흐를수록 실연의 기억처럼 가슴을 뭉근하게 한다. 라오스는 많은 것이 없는 나라다. 그 흔한 대형마트도, 철도도, 백화점도 없다. 국민소득도 최빈국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로 라오스를 꼽는다. 그 나라에는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고 지냈던 것, 나눠서 풍요로워지는 ‘낯선 가난’과 매혹적인 미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루앙프라방, 탁발로 나누는 마음 한 조각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스님들이 신자들로부터 아침을 걸식하는 탁발(라오스말로는 탁밧)로 시작된다. 새벽 안개를 뚫고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양철로 만든 발우통을 들고 나타났다. 스님들의 표정은 지극히 덤덤하다. 아니, 고요하다. 이른 아침부터 정성스레 지은 아침밥을 공양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얼굴도 평온하기 그지없다. 스님들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합장한 뒤 정성껏 준비해온 찰밥과 바나나 같은 음식을 발우에 조금씩 떼어 놓는다. 거창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밥을 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받는 짧고 간결한 나눔. 어느새 발우 속에 따뜻한 밥이 가득 찼다.

스님은 공양받은 밥 중에서 일부를 떼어내 가난한 아이들의 바구니에 밥을 나눈다. 스님들이 조금씩 떼어주니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하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의 밥은 어느 가난한 식구의 하루치 식량이 되고, 밥상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이들이 나누는 것은 단지 밥만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공경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다. 아침 시간, 이 짧지만 강렬한 풍경은 왜 라오스를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입을 모아 예찬하는지 깨닫게 만든다.

루앙프라방은 오래된 고대도시다. 무려 800년 동안 라오스 최대 통일왕국이었던 란상왕조의 수도였기에 도시 곳곳이 문화재로 가득하다. 루앙프라방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라오스는 한때 강대한 제국이었다.

도시 전체가 화려한 사원으로 가득했고 사원에는 진귀한 보물이 그득했다. 에메랄드와 황금으로 불상을 만들 정도로 경제력도 풍부했다. 하지만 기운이 쇠하면서 라오스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가혹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태국에 이어 프랑스와 일본에 식민통치 당하면서 도시의 자랑이던 황금 불상과 에메랄드 불상을 빼앗겼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침략자들이 뺏아가지 못한 것이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불심과 탐욕스러운 경쟁에 물들지 않은 순진한 마음만은 대지와 함께 오랫동안 전승됐다. 셈법에 어둡고 흥정도 서툴고 호객조차 못하는 야시장 상인들을 보며 관광객들은 경이로움을 느낀다. 라오스는 우리가 가야 할 ‘오래된 미래’임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쾅시폭포, 눈부시도록 새파란 물결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지만 이를 대신하고도 남을 만큼 매혹적인 강과 폭포를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이 쾅시폭포다.

루앙프라방에서 약 30㎞ 떨어진 쾅시폭포는 높이 50m가 넘는 제법 규모 있는 폭포다.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진짜 매력적인 곳은 폭포가 아니다. 폭포를 따라 내려가는 길목마다 작은 소(沼)가 만들어졌는데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나무를 뚫고 햇살이 소에 닿으면 부드럽게 유영하는 빛의 축제가 벌어진다. 외국인들은 스스럼없이 옷을 벗고 웅덩이로 뛰어든다.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명소는 도시 중앙에 있는 푸시산이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새벽녘에 찾아도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S자로 흐르는 메콩강과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사원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병풍처럼 둘러싼 주변 산 밑으로 구름이 나직하게 떠다닌다.

방비엥, 튜브타고 즐기는 동굴탐험

루앙프라방이 라오스의 옛 기억을 품고 있다면 방비엥은 고즈넉한 시간을 품고 있다. 방비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어쩌면 고장났을지도 모른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3시간 정도 가는 시골마을. 전체 풍광이 마치 중국 유명한 관광지인 구이린(桂林)과 비슷해서 ‘작은 구이린’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구이린처럼 감탄이 나오는 절경을 기대했다면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풍경은 소담하지만 오히려 라오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방비엥이다. 방비엥 사람들은 손 강에 의지해서 산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거나 빨래를 하거나 멱을 감는 아이들은 모두 강에 모여있다.

방비엥에서 빼놓지 않는 여행 코스가 동굴탐험이다. 방비엥에는 2000개가 넘는 동굴이 있는데 대개의 동굴들은 물길과 맞닿아 있다. 탐험의 필수 준비물은 머리에 쓰는 랜턴과 튜브. 튜브를 타고 동굴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으며 천천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빚어낸 예술품들인 석주와 석순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방비엥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투어는 오토바이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다. 한국돈 1만원 정도면 하루종일 오토바이를 빌려준다. 시골마을이어서 차도 그리 많지 않아 속도만 내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 나무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가면 라오스 사람들의 질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먼지 덮인 좌판에 소박한 물건을 올려 놓고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모습은 20~30년 전 우리들의 모습 같다. 낯선 외국인이 자신의 집을 쳐다봐도 주민들은 그저 미소로 응대해준다. 부처님을 닮은 듯한 그 향긋한 미소에 이기적인 마음 한 켠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인천에서 라오스까지는 6시간 걸린다. 진에어와 라오스 국적 항공사인 라오항공(laoairlines.co.kr)이 취항하고 있다. 라오항공은 주 3회 운항 중이며 7월15일부터는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화폐 단위는 킵이며 1000킵은 약 150원. 바트도 통용된다. 비엔티안에 있는 돈찬팰리스 호텔은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자 5성급 호텔로, 236개의 객실과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컨벤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1년에 개장한 방비엥의 타베속 호텔은 4성급 호텔로 총 71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방비엥 시내 중심가, 남송강 등 투어 관광지와 인접해 이동이 편리하다. 루앙프라방의 무앙통 호텔은 라오스 전통 디자인과 프랑스풍이 조합된 34개의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이다. 무앙통 호텔은 라오항공 계열이어서 호텔 내에서 항공 체크인까지 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명소인 쾅시폭포와 인접한 산티 리조트&스파는 67개의 객실을 보유한 4성급 리조트. 계열사인 빌라 산티 호텔은 루앙프라방 시내에 있으며 20개의 객실을 보유한 4성급 호텔이다. 두 호텔 간에는 무료 픽업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들 호텔의 숙박과 라오항공 항공권을 글로벌비젼웨이즈(주)가 판매하고 있다. (02)3708-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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