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긴축서 '경기부양'으로 선회

입력 2013-05-29 17:11   수정 2013-05-30 02:52

남유럽 돕는 '미니 마셜플랜'
돈 풀어 청년실업 해소 지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휠체어를 탄 저승사자’로 불린다. 1990년 정신이상자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휠체어 위에서 유럽의 긴축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쇼이블레 장관의 태도가 급격히 ‘성장’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3국 재무·노동장관과 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EIB) 총재 등을 만난 뒤 “청년(15~24세) 실업 해소를 위해 특별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날 회담에서 각국 관료들이 청년 실업 문제를 없애지 않으면 유럽연합(EU) 전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기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청년 평균 실업률은 23.5%다.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50%가 넘는다.

EU는 당초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2014년에서 2020년까지 60억유로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EIB를 통해 700억유로의 대출을 일으킬 계획이었다. 그간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계획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독일 등 주요국이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성장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U는 오는 6월 정상회담과 7월 노동장관 회담을 통해 예산의 구체적 용처를 정할 예정이다.

독일은 EU와 별도로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일간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국영 재건신용은행(kfW)이 스페인의 신용개발은행(ICO)에 저금리로 자금을 제공하고 이 돈을 스페인 중소기업들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저리로 돈을 풀어도 시중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돈맥경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은 또 12억유로 규모의 벤처캐피털을 조성해 남유럽 국가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독일이 ‘미니 마셜 플랜(1947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이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을 선언했다”고 풀이했다.

독일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는 “독일의 긴축정책이 유럽 경제를 망쳤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사회민주당 등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긴축 집착’이 EU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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