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고생한 '캐디 아빠'에 진 빚 갚았죠"

입력 2013-06-02 17:57   수정 2013-06-03 00:40

아버지에게 바친 E1채리티오픈 초대 우승컵

14·16번홀서 버디 잡고 김효주 2타차로 제쳐…부친, 9년간 캐디하다 관절 다쳐 온 몸에 파스




“전 못 봤는데 아버지가 우승한 뒤 한쪽 구석에서 우시더라고 동료들이 말해주더군요.”

김보경(27·요진건설)이 주름진 데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캐디이자 아버지(김정원·57)에게 5년 만에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우승컵을 안겨줬다. 김보경의 아버지는 두 다리 정강이에 파스를 붙이고 왼쪽 무릎에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성한 곳이 없어 보였다.

김보경은 2일 경기 이천시 휘닉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오픈(총상금 6억원)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프로 9년차인 김보경은 자신의 나이보다 아홉 살 아래인 ‘슈퍼 루키’ 김효주(18·롯데)를 2타 차로 제치고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에 올랐다. 첫날부터 선두에 나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으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김보경은 2008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이어 통산 2승째를 따냈으며 첫 스트로크플레이 우승을 차지했다. 또 2승을 모두 초대 챔피언으로 장식했다.

김보경은 2004년 프로가 됐을 때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부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김보경이 중3 때 심근경색 수술을 한 뒤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후배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네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김보경은 제대로 레슨을 받아본 적 없지만 독학으로 프로까지 입문했다.

먹고 살기 위해 프로에 뛰어든 김보경은 돈을 아끼기 위해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맡겼다. “아버지는 당시 골프를 전혀 몰랐어요. 쉬워 보이는데 왜 페어웨이와 그린에 공을 못 올리냐고 그랬을 정도였죠.”

김보경은 프로가 된 뒤에도 레슨 코치 없이 오로지 아버지와 단 둘이 연습하고 대회에 나갔다. 부녀는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했다. “아빠랑 저랑 성격이 정반대예요. 아빠는 급한데 전 낙천적이거든요. 2년 전에는 우승도 못하고 성적이 안 나와 심하게 다퉜습니다. 최근에는 아버지가 많이 격려해줘요. 우승 전날에도 이제 나이도 있고 즐기면서 치라고 해줬어요.”

아버지는 골프를 전혀 모르지만 딸의 스윙과 거리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이번 우승에도 아버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1타 차로 김효주를 추격하던 김보경은 “9번홀에서 165m를 남겨두고 4번 아이언을 치려고 했는데 아빠가 짧을 것 같다고 7번 우드로 치라고 했다. 그게 거의 들어갈 뻔했는데, 거기서 버디를 잡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홀에서 김보경이 두 번째 샷한 볼은 그린 왼쪽 러프에 떨어진 뒤 구르더니 90도 꺾어져 홀을 스치고 멈춰 ‘이글성 버디’가 됐다.

김보경이 10번홀에서 2m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가 되자 김효주가 11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다시 공동 선두를 이뤘다. 그러나 김보경은 14번홀(파3)에서 환상적인 6번 아이언샷으로 4m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1타 차 선두가 됐고 16번홀(파5)에서 52도 웨지로 1m 버디를 잡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보경은 대회 개막 전 “재킷을 입고 우승컵을 들고 있는 꿈을 꿨다”며 “나이가 들어 관절이 안 좋으신 아빠에게 보답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장하나는 이날 5타를 줄이며 합계 5언더파로 7위에 올라 시즌 7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총상금의 10%를 기부하고 주최사인 E1에서는 선수들이 낸 상금과 같은 금액인 6000만원을 보태 총 1억2000만원을 장애인 시설 단체와 아마추어 골퍼 육성 지원에 쓰기로 했다.

이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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