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유럽 현실, 몸짓으로 말한다

입력 2013-06-03 16:53   수정 2013-06-03 20:59

현대무용 전설 '마랭무용단' 10년 만의 내한…5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서 '총성 '공연


유럽 현대무용계의 거장 프랑스의 마기 마랭(62)이 이끄는 마기마랭무용단이 무용극 ‘총성(Salves)’을 들고 10년 만에 국내 관객을 찾는다. 2010년 프랑스 리옹댄스비엔날레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이 아시아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랭은 독일의 피나 바우슈(1940~2009)와 함께 유럽 현대무용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안무가다. 춤에 연극적 요소를 입힌 1980년대의 무용 사조 ‘누벨 당스’를 이끈 주역이다.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비관주의를 보여줌으로써 무대 위의 저항을 다룬 작품”이라는 마랭 자신의 설명처럼 ‘어둠’과 ‘혼란’은 작품 전체를 꿰뚫는 열쇳말이다. 환갑이 넘은 예술가의 눈에 비친 유럽은 탈출구 없는 지하벙커를 닮았다.

○예술은 정치적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정치색이 짙은 무용극이다. 그는 평소 “나는 예술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무용단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탐구하며 역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술은 정치적이란 그의 주관대로 작품 곳곳에 정치적 메시지가 가득하다. 어두 퀴퀴한 공간에서 7명의 무용수는 빠르게 움직이며 그릇과 그림 등을 계속해서 주고받는다. 허공을 왔다갔다하던 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애써 벽에 건 그림은 쿵 소리를 내며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을 옮기다 떨어뜨려 박살 내기도 한다. 깨진 그릇을 황망하게 쳐다보는 무용수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을 들고 가다 넘어져 일어날 줄 모르는 무용수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지는 관객의 몫이다.

○마지막 10분 한 점의 추상화
공연이 끝나기 10분 전 무대는 전환점을 맞는다. 암흑투성이였던 무대 전체가 눈부실 정도로 환해지고 무용수들이 긴 탁자를 들고 나와 만찬을 준비한다. 무용수들은 근사한 식탁보를 깔고 화려한 꽃을 장식하고 풍성한 음식을 들고 나와 식탁을 채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이내 물감, 찰흙이 무대 전체에 흩뿌려지면서 온통 난장판으로 변한다.

평화와 구원을 바라지만 유럽의 현실은 밝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빛과 어둠에 형형색색의 꽃과 하얀색 물감이 덧칠해진 마지막 장면은 한 점의 추상화처럼 보이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음악 없는 무용극

이 작품에는 배경 음악이 없다. 대신 무대에 놓인 네 개의 오래된 녹음기에서 잡다한 소음이 흘러나온다. 사람들 목소리, 시끄러운 소리 사이로 들리는 총성과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을 대신한다. 이런 독특한 음악적 문법은 마랭의 전매특허다. 그의 1995년 작품 ‘람 담’에서는 음악 없이 무용수들이 직접 소리를 내며 반주 삼아 춤을 췄고 2006년 작품 ‘하! 하!’에서는 무용수들이 악보에 쓰여 있는 대로 웃음소리를 연기하는 기이한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작품의 음악을 만든 드니 마리오트는 마랭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해오면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인물이다. ‘총성’ 공연 소식에 국내 무용계가 들썩이고 있지만 정작 마랭은 비행기공포증 때문에 먼 곳을 다니지 못한다. 이번 무용단 내한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5~7일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0114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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