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보편적 세제개혁을 고민할 때다

입력 2013-06-09 17:37   수정 2013-06-09 21:37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교수

정치논리에 휘둘려온 세제개편
지하경제 양성화도 중요하지만 저성장·고령화 맞춰 근본 개편을



여름 무더위가 시작도 되기 전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년 전 블랙아웃이 있었음에도 대비를 못하고 있다가 국민들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아이스 바지, 아이스 재킷 등 아이스 시리즈가 벌써부터 유행하는 걸 보면 많은 국민들은 예방주사를 스스로 맞고 있는 듯 싶다.

해마다 초여름이 시작되면 올해의 세제개편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가을 국회에 대비한 세제개편의 윤곽이 정해지는 시기가 바로 여름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첫 번째 세제개편으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통해 ‘행복한 국민경제’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초석을 다지는 세제개편이 될 것이다. 증세를 배제한 재원조달을 전제로, 필요한 액수와 대강의 지침을 이미 정한 상태고 5년간 국정운영 살림살이 계획인 ‘공약가계부’를 작성하는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실천을 위한 재정지출 계획도 짜놓았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기업과 개인 명단이 발표되면서 역외탈세 문제가 국민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대기업 오너 일가, 연예인, 대학 총장, 전직 대통령 장남에 이어 북한 관련 유령계좌까지 망라됐다. 시민단체는 철저한 진상조사로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 대표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4개 기관은 공조체제를 구축해 탈세 여부에 대한 전면 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탈세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면서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하경제 양성화보다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세제개편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할 정도로 세금이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국의 세제는 지금과 같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세금 제도는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세계적인 세제개편의 흐름마저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년 손질하는 세제 개편을 ‘누더기 개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나마 지금과 같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에 따라 증세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세제구조 때문이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이야기하자 모두들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지켜보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등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물가상승에 따라 소득세는 계속 올라가게 되니 중산층은 소득세 폭탄을 맞는 셈이다. 반면에 환경문제나 건강문제를 감안해 증세가 이뤄져야 할 종량세인 유류세나 담뱃세는 전체 세수 측면에서 실질적으론 감세가 돼왔다. 다행히 한국 조세체계는 물가상승 시 감세보다는 증세효과를 지닌 세목의 세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매년 땜질식 세제개편에도 세수 걱정이 크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우리의 세금제도는 여전히 옛날 옷을 입고 있다. 이미 고착화돼 가는 저성장·고령화 복지체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인 조세개혁을 해왔고 최근에도 경쟁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제개편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국적 기업의 과도한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이행계획을 채택해 내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다루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세제는 이제라도 세목별 과세 기능과 적정 세수 규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재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상의 기형적 변화를 초래해 기능상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가져가야 한다면 같은 이유로 헌법의 기본정신인 국민개세주의에 입각해 재원조달 방안에서도 보편적 조세를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전력은 최악의 경우 전원을 차단할 수 있지만 세제는 그런 장치도 없다.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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