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삼성, 아직 위대한 기업 아니다

입력 2013-06-10 17:02   수정 2013-06-11 05:27

문명의 전환점 만든 기업들 즐비…골목길 착한 기업論은 죽음의 길
神이 인도했던 록펠러를 깨쳐야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지난 7일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이었다. 취임 5년여의 침묵 끝에 내놓은 전환이었다. 당시의 일화가 새삼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사건 이후와 이전이 그만큼 달랐기 때문이다. 매출은 13배, 수출은 15배, 세전이익은 49배 늘어났다. 분명 부분의 진실이다. 세전이익 49배 증가와 직원수 3배 증가의 콘트라스트야말로 삼성의 변신을 잘 설명해준다. 혹자는 고용이 덜 늘었다고 불평하겠지만 잘못된 상식이나 대중의 오해까지 해명할 필요는 없다. 삼성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일자리는 협력업체에서 더 많이 생긴다는 설명도 이젠 입이 아플 정도다. 애플과 구글만이, 그것도 영어와 인구수를 등에 업고 추격자 삼성을 따돌리고 있을 뿐이다.

삼성의 신경영 20주년 메시지는 그러나 실망스럽다. 이만하면 만족한다는 삼성인들의 게으름을 걱정한 대목은 더욱 그렇다. 삼성인들의 목표가 그만큼 낮다는 것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며, 꾸어야 할 꿈이 더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는 대목은 이제 삼성 마저 꺾이고 말 것인지를 걱정하게 만든다.

아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가는 록펠러였을 것이다. 삼성전자보다 꼭 100년 앞선 1870년 자본금 100만달러로 출발한 회사, 바로 스탠더드오일이었다. 수년간 무려 100여개 회사를 폭력적으로 합병하는, 소위 클리블랜드 대학살을 거쳐 미국과 세계 석유시장의 95%를 거머쥐었던 대(大)독점 기업! 그렇게 처참하게 파멸해간 지역 경쟁자의 딸이 나중에 기자가 되어 록펠러의 치부를 폭로하는 연재기사를 써대고…. 그렇게 반재벌 정서가 폭발한 끝에 태어난 것이 바로 반독점 셔먼법이었다. 결국 그 법에 따라 록펠러 재벌은 34개 회사로 분할되고 말았고….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록펠러가 위대한 기업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석유사업의 부산물로 아스팔트와 양초, 페인트, 바셀린, 윤활유….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 등, 등을 발명했다고 위대한 기업가였던 것도 아니다. 껌이라는 희한한 것을 개발했다고? 그것도 아니다. 록펠러는 경쟁자를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덤핑공세로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그 결과 유가는 갤런당 30센트에서 5센트로 6분의 1 토막이 났다. 완전독점을 거머쥐고도 유가는 되올라가지 않았다. 사실 정부독점 아닌 시장독점은 경제학 원론서들의 과잉추론과는 달리 시장가격을 좀체 되올리지 않는 법이다.

록펠러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가 석유 시장을 초토화한 바로 거기서부터 나왔다. 그가 석유의 가격을 형편없이 끌어내렸기 때문에 그 위에서 20세기 전기·전자·자동차 산업이 거인처럼 몸을 일으켰다. 록펠러는 그렇게 ‘20세기 산업의 거의 전부’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신이 20세기 대문명을 만들어낼 때 굳이 록펠러라는 역사적 악역을 필요로 했던 이유였다. 기업인이 자신도 모르게, 신의 손에 이끌려,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성 혹은 신의 간지(奸智)요(헤겔), 보이지 않는 손이며(애덤 스미스), 자연의 의도(칸트)요, 예정조화(라이프니츠)라고 부르지 않나. 심지어 사적이익이 일반이익에 봉사한다고 썼던 마르크스조차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목하 성업 중인 경제민주화론은 전근대성이며 역사 몰이해의 논리일 뿐이다.

“대중의 비난이나 먹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면 그런 기업은 널려 있다. 삼성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면 이미 위대한 기업의 길을 포기한 것이며, 세계적 기업에 대한 희망은 접었다는 것이며, 골목상권의 착한 기업에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은 아직 무언가를 창조해 본 적이 없다. 소니조차 한때 워크맨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만들었다. 자동차와 전기와 세탁기와 축음기와 TV와 컴퓨터와 인터넷과 구글이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 때 아직 삼성의 이름은 거기에 없었다. 남들이 해놓은 것을 좀 잘한다고 자만을 경계해야 할 정도라면 부끄럽다. ‘제너럴’, ‘스탠더드’ 이런 야심만만한 이름을 걸고 20세기를 건설하고자 했던 기업들이 아직 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우선 그 위대성을 담보할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삼성인들의 분발심이 필요하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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