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닻 올린 도성환號…'위기 속 공격경영' 제2 도약 나선다

입력 2013-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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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홈플러스

'인화 '앞세운 새 리더십 규제 강화·불황에 매출 감소세…최저가 보상제로 '가격전쟁' 승부
1999년부터 재무 이사 맡아 활약…이승한 회장 집에서 살다시피해
홈플러스테스코 1년만에 흑자 전환…테스코 말레이시아서도 능력 입증



“1등을 못해보고 떠나는 것이 한입니다.”

14년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홈플러스를 이끌었던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이승한 회장(67)이 지난달 초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1999년 점포 2개로 대형마트 시장에 뛰어들어 홈플러스를 점포 수 136개, 매출 11조5000억원의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그도 업계 선두 이마트를 넘지는 못했다. 이 회장의 못다한 꿈은 도성환 신임 사장(57·사진)이 물려받았다. 이 회장은 “도 사장이 1위를 달성할 거라 믿는다”며 “새로운 유통 흐름을 파악하고 먼저 대응한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집에서 숙식한 ‘후계자’

이 회장은 ‘이승한이 홈플러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도 사장도 1999년 재무 담당 이사를 맡으며 홈플러스 설립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도 사장은 대구고·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이 회장과 도 사장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 사장은 “이 회장이 삼성그룹 신경영추진팀을 이끌던 시절에 처음 만났는데, 내가 퇴근할 때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이 회장과 자주 마주쳤다”며 “어떻게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지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1998년 9월 다시 만났다. 당시 홈플러스를 운영하던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의 이승한 대표는 도성환 대구점장에게 구두를 선물했다. 도 사장은 “‘하도 돌아다녀서 발이 좀 아프다’고 했더니 이 회장이 편한 신발을 하나 사줬다”며 “그때부터 CEO가 신임 점장에게 구두를 사주는 홈플러스의 전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를 물색했다. 당시 그가 점찍었던 후보는 총 6명. 그중 도 사장도 포함돼 있었다. 도 사장과 홈플러스 주요 임원들은 분당 이 회장 자택에서 살다시피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의를 가졌다. 종교(기독교)도 이 회장의 권유로 갖게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처음부터 도 사장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며 “꿈과 욕심이 크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후계자로 키워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다. 도 사장은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대표를 맡아 연 2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가 말레이시아에 세운 법인의 대표를 맡았다. 테스코 해외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CEO를 한 홈플러스 인사다. 그는 테스코 말레이시아 경영 실적으로 테스코의 인정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일부러 해외물류를 담당하는 고된 자리에도 보내봤는데 끈기 있게 해내는 걸 보고 후임자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도성환 호(號)의 ‘성장동력 찾기’

유통업계에서는 14년 만에 사령탑이 바뀐 홈플러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도성환 호가 헤쳐나가야 할 상황은 이 회장 시절 때와 전혀 다르다. 정부 규제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경기침체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홈플러스의 지난 14년이 ‘도약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위기의 시대’다.

현재 도 사장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성장동력 찾기’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4% 줄었다. 홈플러스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처음이었다. 홈플러스는 최근 편의점인 ‘홈플러스 365’를 29개까지 늘리며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점포 수가 적다.

강한 카리스마로 성공신화를 달성해 온 이승한 회장의 뒤를 잇는다는 것 역시 도 사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도 사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4H의 성장’을 제시했다. △직원과 고객의 행복(happiness)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어가는 조화(harmony)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humanism)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hope) 등의 ‘인화’를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업계에선 “경영이념으로는 훌륭한 전략이지만 위기를 헤쳐나갈 만한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도 사장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며 이런 평가를 불식시켰다. 지난달 30일 국내 최저가 정책을 내세우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에 가격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핵심 생활필수품 가격이 이마트보다 비쌀 경우 결제 즉시 현금 쿠폰으로 보상해주는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를 전국 136개 점포 및 인터넷 쇼핑몰에서 실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한 고위 임원은 “도 사장은 조직 내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홈플러스 CEO직을 내려 놓았지만, 현재 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 그룹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실무적 경영은 도성환 신임 사장에게 맡기겠지만 큰 틀에서 홈플러스의 물길을 잡아주는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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