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케인스는 틀렸다…우린 여전히 배고프기 때문에

입력 2013-06-13 17:19   수정 2013-06-14 01:16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키델스키,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음 / 김병화 옮김 / 부키376쪽 / 1만6000원



“2030년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주당 15시간만 일해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란 에세이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주의가 펼칠 바람직한 미래상을 보여 주기 위해 쓴 이 글에서 케인스는 자본 축적과 기술 진보를 통해 100년 뒤의 풍요로운 세상을 예견했다.

케인스가 말한 ‘예언의 시간’까지 17년이 남았다. 그의 말대로 자본과 기술은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1주일에 15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요원하다. 오히려 경쟁은 더 심해지고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는 케인스의 예언이 절반만 적중한 것은 자본주의가 심어 놓은 습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케인스 연구 전문가로 유명한 경제사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정치경제학 석좌교수와 그의 아들인 철학자 에드워드 스키델스키는 생산성 증가에 따른 이익을 노동자들이 갖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한다. “자유시장 경제는 고용주들에게 노동 시간과 노동 조건을 좌지우지할 힘을 주며,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 경쟁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우리 내면의 성향에 불을 지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인도의 고대 법전 ‘다르마수트라’ 등은 물론 공자와 사마천까지 인용하며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오늘날과 같은 자본 숭배는 상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물질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성장했으니 이제는 좋은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좋은 삶은 많은 이들이 바라는 삶이 아니라 바랄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을 뜻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소비와 일에 줄곧 중독돼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좋은 삶이라는 이념에 대한 공적인 논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좋은 삶과 좋은 사회라는 이념을 중심부의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좋은 삶을 위한 7가지 기본재(basic goods)로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를 제시한다. 영국의 경우 1974년 이후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기본재의 성장이 정체돼 있다. “정책과 사회 공동의 목표는 경제 성장이 아니라 기본재를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데 둬야 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주당 노동시간 제한과 법정 휴일 확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일하라는 압력’을 줄이고 아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또 누진 소비세를 도입하고 광고를 제한함으로써 ‘소비에 대한 압력’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의 속도 조절, 자본 도피와 핫머니 통제 등도 대책으로 내놓은 이들은 끝없는 소비 지향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가한다.

“아테네와 로마에는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낮더라도 정치 전쟁 철학 문학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왕성한 시민들이 있었다. 왜 그런 시민을 우리의 지침으로 삼지 않고 일만 하는 당나귀를 지침으로 삼는가.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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