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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딸깍'…방문이 잠기며 시작된 은밀한 역사

입력 2013-06-13 17:24   수정 2013-06-13 22:24

방의 역사
미셸 페로 지음 / 이영림·이은주 옮김 / 글항아리 / 752쪽 / 4만원

18세기 파리의 가정들 3대가 한 방에 모여 살아
'집단성'이 강요되면서 독립공간 향한 갈망 커져
역사와 함께한 방의 진화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29년 9월 교사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할머니의 집에 세 들어 살기로 했다. 그는 여성 잡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응접실을 침실로 개조했다. 긴 의자와 탁자, 선반을 놓고 마지막으로 ‘자유’를 들여놨다. 그는 처음으로 방을 갖게 된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을 잠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절정에 달했다.”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다.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1872년 5월 파리 무슈 르프랭스 가(街)에 있는 옥탑방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 내가 일하는 시간은 밤이다. 자정에서 아침 5시까지…. 3시에 양초가 희미해졌다. 나는 첫 새벽,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시간에 내 시야에 들어온 나무들과 하늘을 주시했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잠을 잘 때, 사랑을 나눌 때, 기도하고 명상할 때, 병에 걸려 앓을 때와 죽음을 맞을 때까지 내밀한 인간의 삶은 방을 무대로 펼쳐진다. 여성사 연구의 대모 격으로 알려진 미셸 페로 파리 7대학 명예교수는 《방의 역사》를 통해 방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역사에 주목한다. 그는 ‘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방의 개념과 형태의 변천,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삶의 양태를 긴 호흡으로 담는다. 방 한 칸을 구하는 노동자들, 자유를 갈구하는 여자들, 절대자를 갈망하는 수도자들, 문제의 답을 찾는 학자들은 방이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들이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 건 아니다. 로마시대 때부터 남성 시민들은 작은 방을 마련하고 ‘독립’된 생활을 했지만 그건 오랜 기간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18세기 파리 가정의 75%가 하나의 방에 모여 살았다. 커다란 나무침대에서 어머니는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고 부모의 임종을 지켜봤다. 사람들은 열기를 보존하기 위해 방 안의 공기를 거의 환기시키지 않았다. 내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잠도 3대가 함께 모여 잤다. 예외가 있다면 장남이 하인과 함께 마구간에서 자는 경우 정도였다.

방이 점점 내밀한 공간으로 바뀌어 간 건 역설적으로 집단성이 강요되면서부터다. 병영, 병원, 학교 등에서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숨을 곳을 찾았다. ‘군중’이 탄생하면서 사람들은 개인적 공간을 갈망했다. “나는 침실에 홀로 있을 때만 잠을 잘 수 있다. 사람들과의 공동생활을 견딜 수 없다”는 카프카의 고백은 이런 갈증을 잘 나타낸다.

이후 방은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한다. 원래 침대에서의 독서는 몰상식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일이었지만, 머리맡 램프의 시대가 오면서 사람들은 방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어린이들과 사춘기 청소년 또한 독서라는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알게 됐고, 이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됐다. 잠자는 방, 사적인 방, 어린이의 방, 여인들의 방 등 10개 방의 변화와 역사를 추적하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문헌을 빼고도 650쪽에 달하는 분량의 이 책을 읽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문화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특히 그럴 것 같다. 하지만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 나가면 현재 자신이 있는 공간을 재인식하게 되고,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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