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R&D마저 경제민주화?

입력 2013-06-13 17:27   수정 2013-06-13 21:44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대기업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싹쓸이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다. 2011년 기준 정부 R&D 예산은 15조원 정도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정부출연연구소(38.4%) 대학(25.4%)으로 가고 기업으로 오는 건 21.7%다. 중소기업이 12.4%, 대기업이 9.3%다. 기업 지원 비중을 100으로 치면 대기업 대 중소기업은 43 대 57이다.

정부는 이마저도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R&D 예산에서 중소기업 지원 비중을 2017년까지 18%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현재의 기업 지원 비중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17년 대기업 대 중소기업 비율은 17 대 83이 된다. 중소기업 독식이 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지원이 중소기업의 자발적 R&D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지금도 민간 R&D 투자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30%가 채 안된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 효과가 훨씬 크다는 근거라도 제시하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일절 없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가야 하니까, 경제민주화를 하라니까 한다는 식이다.

'좀비 중소기업'이 웃는다

그나마 논리를 제시하는 건 기획재정부 정도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민간의 역할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중소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기업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은 ‘민간’이 아닌 ‘공공’이라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어느 분야에 R&D 예산을 투자할지, 어떤 시스템으로 지원할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 규모를 따져 R&D 예산 나눠먹기에 혈안이 됐다. 이러니 정부 예산으로 먹고 사는 ‘좀비 중소기업’이 득실댄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다. 실제로 ‘중소기업 R&D 지원이 중소기업의 자발적 R&D 투자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축한다(crowding-out effect)’는 실증연구까지 나올 정도다.

R&D 투자 세제 지원에서도 대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지원 대상에서 빼자는 법안이 민주당에서 발의됐다. 증세 없는 세수 확보를 외치는 새누리당도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이런 발상의 근저에 깔려 있는 것도 R&D 세제 지원이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인식이다. 과연 그런가.

R&D 공동화 우려될 판

김학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1년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 2조3000억원 중 대기업 비중은 60.2%다. 민간 R&D 투자의 대기업 비중(74.2%), 법인세 총부담세액의 대기업 비중(82.2%)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대기업에 편향된 R&D 세제 지원이라는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감사원조차 “R&D 세액공제의 49%가 30대 법인에 집중되는 측면이 있으나 30대 법인의 R&D 투자가 전체 R&D 투자의 55%에 달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을 정도다.

세액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면 국내총생산(GDP)이 0.062%포인트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눈에는 이런 게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세수 증가 1원당 2.2원의 손실을 초래할 소탐대실이 될 거라는 데도 그렇다.

민간의 자발적 R&D 투자를 유인하는 데는 세제지원만한 인센티브도 없다. 외국 기업에는 온갖 혜택을 주자는 정치권 아닌가. 정작 국내 대기업들은 생산도 모자라 R&D 기능까지 해외로 들고 나가라는 판이니 이런 역차별이 없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국가 미래 성장동력까지 다 죽여도 좋다는 막무가내 정치권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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