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아버지께 바친 메이저 첫승…미켈슨, 또 '준우승 징크스'

입력 2013-06-17 16:56   수정 2013-06-18 05:04

US오픈

US오픈 우승한 로즈, 2타차 역전승…상금 16억원 '잭팟'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우승컵을 바칩니다"

5전 6기 실패한 미켈슨, 막판 연속 보기…우승 문턱서 좌절
"좋은 기회 왔을 때 어떻게 할지 배워"



1타 차 선두로 18번홀(파4·511야드)에 도착한 저스틴 로즈(33·영국). 꿈에 그리던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둔 로즈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다음 4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기가 막히게 쳤다.

홀을 향해 가던 볼은 홀을 5m가량 지나쳐 구르더니 그린에지에 멈췄다. 로즈는 퍼터가 아닌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들었다. 우드 칩샷은 거의 홀에 들어갈 뻔할 정도로 완벽했다. 파를 세이브한 그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2002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아버지 켄에게 감사 기도를 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더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타 차로 추격하는 필 미켈슨(미국)이 아직 경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그는 제113회 US오픈 우승컵이 자신의 것임을 직감했다. 가장 어려운 홀로 손꼽히는 18번홀에서 버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미켈슨은 이 홀에서 ‘2온’에 실패한 뒤 웨지로 ‘칩 인 버디’를 노렸으나 홀을 훌쩍 지나가며 보기에 그치고 말았다.

로즈는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GC 이스트코스(파70·6996)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븐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2위 미켈슨, 제이슨 데이(호주)를 2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으로 144만달러(약 16억2000만원)를 받았으며 세계랭킹은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영국 선수가 US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1970년 토니 재클린 이후 43년 만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컵도 1996년 마스터스(닉 팔도) 이후 17년 만이다.

로즈는 199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해 유러피언PGA투어에 데뷔한 뒤 21개 대회 연속 커트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4승을 거두고 한때 세계랭킹 3위까지 오르는 등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메이저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대회에 총 37차례 출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3위였다.

3라운드 선두 미켈슨보다 3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로즈는 까다로운 메리언에서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교환했다. 이날 이븐파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환상적인 퍼트감이 우승의 비결이었다. 로즈는 6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긴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7번홀에서는 ‘S’자 라인의 7m 버디 퍼팅을 집어넣었다. 12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60㎝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13번홀(파3)에서도 8m 버디를 낚았다.

로즈는 그린 주변에서 독창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18번홀 페어웨이 우드 칩샷으로 파를 잡았고 17번홀(파3·229야드) 그린 에지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칩샷해 파를 세이브했다. 그는 “집에 있는 퍼팅 그린에서 수천 번 이상 메이저대회 우승 퍼팅을 집어넣는 상상을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뜻깊은 아버지의 날(6월16일)에 우승을 해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하늘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인기로는 타이거 우즈(미국)에 버금가는 미켈슨은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43번째 생일날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그는 매 홀 팬들로부터 ‘해피 버스데이’ 축하 노래를 들으며 우승에 도전했으나 로즈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2위 기록은 6회로 늘어났다.

미켈슨의 퍼팅은 이날 번번이 홀을 스쳤다. 1번홀(파4) 긴 버디 퍼팅이 홀을 살짝 핥고 돌아나왔다. 2번홀(파5)에선 환상적인 벙커샷을 홀 1.2m 지점으로 보냈으나 버디 퍼트를 실패하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이어 3번홀(파3)과 5번홀(파4)에서 연거푸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우승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10번홀(파4)에서 76야드를 남겨두고 친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는 이글을 낚으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펄쩍펄쩍 뛰던 미켈슨에게 이번에는 우승컵이 허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13번홀에서 티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 러프에 멈추며 보기를 기록했다.

로즈와 공동 선두를 이룬 15번홀(파4)에서는 그린 위에서 웨지샷을 시도했다. 하지만 홀을 6m나 훌쩍 지나가며 보기에 그쳤다. 미켈슨은 16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2m 버디 찬스를 잡았으나 볼이 홀 위쪽으로 살짝 벗어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미켈슨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이번이 내게는 최고의 기회였다”며 “US오픈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좋은 기회가 온 뒤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배웠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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