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힌트는 폴 고갱(1848~1903)의 작품 속에 있다. 그는 대상을 사실 그대로 그리는 전통회화를 거부하고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결합해 현대미술로 나아가는 물꼬를 텄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는 9월29일까지 열리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전은 고갱 예술의 탄생과 발전 과정은 물론 후대에 끼친 영향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야심 찬 전시다.
고갱은 주식중매인으로 한창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35세 때 직장과 가정을 버리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후기인상파 화가로 분류되는 그는 대상을 판박이처럼 묘사하는 전통 아카데미즘에 반기를 들고 현실과 상상을 결합한 ‘종합주의(Synthetism)’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몰이해와 가난뿐이었다. 그는 부조리와 편견으로 가득한 문명사회를 떠나 남태평양의 원시 문명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하다 병마로 숨을 거뒀다.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모델이 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설교 후의 환영’ ‘황색의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등 고갱의 3대 걸작을 포함해 세계 30여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빌려온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설교 후의 환영’은 성서의 에피소드를 브르타뉴 현실과 결합한 것으로 종합주의의 출발점이 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출품작들의 보험평가 총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해 국내 전시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단일 작품으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가 최고가(3000억원)로 평가됐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미술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고갱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여 뜻깊다”며 “특히 고갱의 3대 걸작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회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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