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 '몸살'…사업추진 주민 갈등

입력 2013-06-19 17:15   수정 2013-06-20 04:02

뉴타운 반대 주민 "區·추진위가 사업성 부풀린다" 비판
市 "공정성 문제없어"…창신·숭인, 주거환경 개선책 촉구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재개발구역의 자발적 해제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합 등 사업 추진 주체가 없이 뉴타운 등으로 지정된 곳의 절반 정도는 ‘구역해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해제 이후 주거 개선 방향’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없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조합 등이 있는 구역에서도 최근 들어 구역 해제 등을 묻는 출구전략이 진행 중이어서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주민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실태조사에 불만 표출하는 주민들

지난 15일 서울 성수 뉴타운(전략정비구역)에서는 ‘올바른 실태조사 주민협의회’ 소속 일부 주민들이 “구청과 추진위가 실태조사 과정에서 분양수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부풀리려 한다”며 성동구청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이들은 “해당 구역 정비업체와 삼성물산 등 건설사가 실태조사에 참여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성수 뉴타운 이외에 추진위 및 조합이 설립된 다른 구역에서도 실태조사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 동소문2구역의 이주홍 씨는 “조합 측이 2011년 건설사와 3.3㎡당 470만원에 아파트 건설공사계약을 맺었는데 실태조사 때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430만원이라고 줄여 계산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은평구 수색7구역 주민들도 실태조사에 불만을 품고 서울시를 항의 방문했다. 수색동 주민 박모씨는 “비슷한 지역인데 추진 주체가 없는 곳은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나고 추진주체가 있는 곳에선 대부분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태조사에 조합과 시공사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실태조사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수동에선 초고층 건축비 산정을 위한 자문회의에 일부 건설사가 참여했을 뿐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관여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사비 등 비용이 축소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지 조성비 등을 아파트 건물 건축비와 따로 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총공사비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구전략 ‘가시밭길’ 예고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를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부 지역에서 조합원 아파트 분양가격이 일반 분양가보다 높아지는 등 사업성이 악화돼 개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사업을 그만두면 지금까지 쓴 비용(매몰비용)을 모두 날리게 되는 추진위나 조합 등도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서울시는 추진 주체가 있는 곳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시기를 당초 이달 말에서 8월께로 미룬 상태다. 일부 주민이 실태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자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케 한다는 실태조사의 취지가 훼손될까 우려해서다.

출구전략을 통해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뉴타운·재개발 구역에도 개발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내재돼 있다. 최근 뉴타운 지구에서 해제된 서울 창신동의 주민 송모씨는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돼 건축제한이 풀렸으니 좁은 도로 등을 그대로 둔 채 빌라나 원룸들만 난립할 게 뻔하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서울시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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