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속 vs 종교

입력 2013-06-19 17:22   수정 2013-06-20 05:4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광장 시위 사태를 CNN이 긴급 보도한 그 시각. 터키 최고의 보도채널은 시위 소식이 아니라 만화영화 ‘펭귄’을 내보냈다. 소셜네트워크는 이 두 장면을 비교하며 전 국민에게 긴급 사태를 알렸다.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경진압하자 시민들은 이를 공권력 남용이 아니라 민주주의 붕괴로 인식했다.

#2. 이란 대통령 선거 나흘 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방송에 나와 “새 대통령이 서구 진영에 굴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적들의 적대감은 우리의 핵개발이 아니라 이란이슬람공화국 존재 자체에 있다”며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은 중도파 후보인 로하니에게 50%가 넘는 몰표를 줬다. 그는 “민주화 물결을 일으키면서 국제사회와도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이란의 이 같은 변화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문화 충돌로 해석한다. 세속주의는 1923년 출범한 터키공화국의 국가이념으로 이슬람권에서 처음으로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반면 이슬람주의는 모든 것을 샤리아(이슬람법)에 의해 결정하는 신정체제다.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지난 10년간 세속주의를 하나씩 밀어내고 그 자리에 이슬람주의 정책을 끼워넣어 왔다. 이번 시위도 탁심광장의 겐지공원을 없애고 오스만튀르크 제국시대 스타일의 건축물과 이슬람 사원을 세우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음주허용 연령을 만 18세에서 24세로 올리고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게 하는 등 억압정책으로 더 큰 저항을 불렀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이란은 신정회귀의 원조라면 원조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 종교지도자가 ‘신정 정치’를 펴는 이란은 핵개발 강행 때문에 서구의 경제봉쇄를 당하면서도 이슬람주의를 강화해왔다. 2005년 취임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노선은 국민들을 더욱 괴롭혔다.

세속주의냐 이슬람주의냐라는 갈등의 이면에는 경제난도 도사리고 있다. 터키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연평균 5%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2.2%로 주저앉았다. 2011년 8.8%와 비교하면 급전직하다. 10년 간 터키 가계부채는 36배나 늘어났다. 이란도 경제제재에 따른 ‘저항경제’로 버텨왔다. “아흐마디네자드가 경제를 망쳤다. 그는 핵밖에 모른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중도파 대통령 당선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행보도 문제였다. “소셜미디어는 사회에 최악의 위협”이라고 말하는 터키 총리나 신권국가의 환상에 사로잡혀 국민을 굶주리게 만든 이란 지도자들에겐 결국 자업자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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