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핵심교양 12년 만에 '폐지 논란'

입력 2013-06-19 17:36   수정 2013-06-20 04:43

문학·역사·자연 등 5개 분야 116개 과목 개편…다른 대학에도 영향 '관심'

贊 "일반교양과 차이 없어"
교수 부담…전공수업 질 하락

反 "사고·상상력 키운다"
쉬운 수업만 찾는 쏠림 심화



서울대가 12년 만에 교양과목 개편에 나서 핵심교양을 일반교양에 통합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핵심교양 과목이 많은 인문대 교수와 학생들은 사고력과 상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가 핵심교양을 폐지할 경우 비슷한 교양과목 체제를 운영 중인 고려대 경희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핵심교양 의미 퇴색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교양과목 개편을 총괄하고 있는 기초교육원은 2014학년도부터 개편된 교양과목안 시행을 목표로 세부사항을 마련 중이다. 기초교육원 개편안은 교양과목 중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핵심교양을 자유 선택인 일반교양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2002년부터 교양과목을 핵심과 일반으로 나눠 운영해 왔다. 핵심교양은 대학 졸업생이 갖춰야 할 지적 소양과 통찰력을 배양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와 이념 △자연과 기술 △생명과 환경 등 5개 분야에 116개 과목이 편성돼 있다. 핵심교양은 일반교양보다 수준을 높게 설정, 토론식으로 진행하며 과목당 강의조교 1명이 배치된다. 학생들은 5개 분야 중 각각 다른 3~4개 분야에서 1과목씩 3~4과목(9~12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기초교육원 측은 9개 분야로 나뉘어 있는 일반교양에 핵심교양 관련 과목이 대부분 편성돼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핵심교양 분야가 고정돼 과목 선택 여지가 일반교양보다 적다. 이 때문에 점수가 후하고 쉬운 과목에 많은 학생이 몰리고 심지어 수강신청 기간 동안 수강권 매매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불어교육과 학생 서모씨(26)는 “핵심교양이 실제 취지와 다르게 주입식 교육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시험도 단순 암기가 많다”며 “교양과목 구분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핵심교양을 맡은 교수들이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전공과목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불평하고 있다”며 교양과목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핵심교양 유지 반론도 만만찮아

핵심교양 폐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인문대학 중심으로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핵심교양을 구성하고 있는 과목들은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기초학문이 대부분이다. 특히 116개 과목 중 절반 이상이 인문학 관련이다.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기초지식 함양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핵심교양 과목을 맡았던 한 교수는 “핵심교양을 마친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 등이 부쩍 높아진 경우가 많다”며 “핵심교양 도입으로 서울대생들의 기초교양도 크게 향상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강의무가 없어지면 학생 대부분이 쉬운 수업만 찾는 ‘과목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인문대학의 한 교수는 ”핵심교양에 대한 성과보고서 등 정확한 자료를 내놓고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학에도 영향 미칠까

서울대가 핵심교양을 폐지하면 다른 대학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지역 주요 대학은 서울대와 비슷한 교양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고려대는 문학과 예술을 비롯해 7개 영역의 핵심교양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4~5개 영역에서 최소 1과목 이상을 수강해야 한다.

경희대 역시 ‘배분이수교과’라는 이름으로 7개 영역의 핵심교양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5개 영역을 선택해 총 15학점을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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