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연암·다산…가까운듯 너무 멀었던 그들

입력 2013-06-20 17:21   수정 2013-06-21 05:33

연암 박지원, 당대 주류 노론벽파 출신…정치 멀리해 재야서 은둔…친구 많은 SNS형 인물
다산 정약용, 비주류 남인의 성호좌파…권력욕 많고 임금과 친해…중앙지향적인 콜센터형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432쪽 │ 2만원



“연암과 다산을 동질화하는 개념이 하나 있다. ‘실학파’라는 범주가 그것이다. 이 개념의 등장과 더불어 연암과 다산은 그 자장 안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겐 늘 연암과 다산의 이미지가 오버랩돼 있다. 하지만 둘은 참 다르다. 당파나 이념의 차이는 차라리 부수적이다. 문체와 세계관, 사상과 윤리 등의 차이는 마치 평행선처럼 팽팽하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의 새 책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는 ‘실학파’라는 개념 속에 연암과 다산이라는 당대의 거인이 사장돼버렸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그는 이 책에서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달라도 너무 다른’ 사상과 삶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중심으로 18세기의 지식 체계와 세계관까지 아울러 소개한다. 두 사람의 평면적 삶이 아니라 그들이 살던 시대와 지역의 맥락을 더한 입체적인 서술이 책을 풍부하게 한다.

연암과 다산은 출신 성분부터 다르다. 연암은 주류 중의 주류인 ‘노론 벽파’로 분류된다. 당시 집권세력이던 노론 중에서도 가장 명분론적이고 비타협적인 세력이 벽파였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선 이들을 조선을 망하게 한 반동 세력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다산은 비주류인 남인 중에서도 서학(천주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 ‘성호 좌파’에 속했다.

하지만 당파가 아닌 개인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좀 다르다. 연암은 정조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항상 중앙정치에서 멀리 떨어진 재야에 있으려 한 반면 다산은 불타는 권력 의지로 주류에 편입하려 했다. 정조는 다산을 끔찍이 아꼈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처럼 끈끈했다. 다산은 비주류들의 부활을 꿈꾸며 변방에서 중심을 향해 달려갔고, 이를 위해 자신의 가장 큰 정체성 중 하나인 천주교까지 공개적으로 배신한다.

둘은 인맥에서도 비교된다. 연암의 인맥은 홍대용 유언호 등 명문가 인물부터 당대 최고의 무사 백동수 유금, 김용겸 등 풍류의 달인까지 넓고 다양했다. 반면 다산은 친구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저자는 묘사한다. 유머와 풍류가 부족했던 다산의 인맥은 주로 형제들이었다는 것이다.

연암을 ‘불을 품은 물’로, 다산을 ‘물을 품은 불’로 평가하는 것도 흥미롭다. “연암(燕巖)은 ‘제비바위’다. 물찬 제비의 형상. 언제든 날아오를 듯한 날렵함을 자랑한다. 다산(茶山)은 ‘차의 산’이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 차밭을 품고 키운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그 내면의 디테일은 더할 나위 없이 세밀하다. 두 사람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았다.”

저자 특유의 튀는 문체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소재에 가독성을 주고, 일관된 논리는 독자들이 곁길로 새지 않도록 이끈다.

하지만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저자는 자칭 대한민국 유일의 ‘고전평론가’다. 평론에는 주관이 개입되게 마련이고, 따라서 역사적 인물을 본의 아니게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로 연암에 대한 저자의 ‘편애’는 책 곳곳에서 쉽게 드러난다. 저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저자는 연암은 유머를 토대로 창조성을 발휘한 21세기형 인물로, 다산은 권력을 끊임없이 좇는 ‘태양인’으로 묘사한다. 그가 애초에 말하려 했던 다산의 ‘큰 꿈’은 연암에 대한 서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의 결론은 연암은 21세기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고, 다산은 20세기형 콜센터라는 것. 연암의 비중심성은 경계를 무너뜨리는 스마트폰과 가깝고, 다산의 중앙지향성은 한 곳으로 모이는 콜센터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자의 일관된 주장대로, 한 인물에 한 가지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독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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