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빅토리아] 평화를 담은 순수한 자연…그 자연을 닮은 도시

입력 2013-06-23 15:20  

화사한 꽃들의 도시 빅토리아…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물씬
밴쿠버 도심 복판의 스탠리 공원…빽빽한 아름드리 나무 향기 가득
캐필라노 출렁다리의 모습 장관




흔히 광활하고 빼어난 자연의 대명사로 캐나다가 소개된다. 하지만 실상 캐나다는 작은 것이 더 아름다운 곳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작은 도시 빅토리아나 밴쿠버 아일랜드의 코위찬, 전원마을인 팍스빌의 풍경은 로키산맥의 웅장함보다 더 빛나는 부분을 간직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삶도 그러하다. 박진감 넘치는 일상은 별로 없지만 늘 조용하고 평화롭다. 사람들은 자연을 닮아가고 자연 또한 인간의 삶속에 걸쳐져 있다.

◆밴쿠버 섬의 랜드마크 부차트 가든

캐나다 여행이야기를 다른 곳이 아닌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시작하는 것은 자연의 소박한 모습이 캐나다 사람들을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산 위에는 하얀 눈이 모자처럼 삐죽하게 걸려 있다. 화사한 꽃들이 도심 곳곳에 피어난 주도 빅토리아는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딴 도시답게 영국 교외의 은퇴촌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주도라고는 하지만 빅토리아는 그리 크지 않다. 빅토리아 하버에서 보이는 풍경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담하고 소박하다. 담쟁이를 두른 고풍스런 페어먼트엠프레스호텔과 수시로 떠올랐다 내려앉는 수상비행기 풍경은 이색적이다. 빅토리아 하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부차트 가든이다. 칙칙한 석탄 채굴장을 부차트 부부가 1904년 세계적인 정원으로 가꾼 곳이다. 선큰가든과 로즈가든, 일본가든 이탈리언가든 등 4개로 나눠져 있는데 사철 아름다운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4개의 정원을 모두 둘러보려면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정원 위쪽에는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측백나무 두 그루와 이국적인 관목 사이에 벤치가 놓여 있는데 의자에 앉으면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과 함께 몰려온다. 부차트 가든을 나와 슈메이너스에 이르면 마을마다 숱하게 그려진 벽화를 보게 된다. 그림에서 캐나다 원주민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영락해 가는 그들의 처지처럼 구슬픈 느낌이 든다. 관광마차는 마을 곳곳을 돌며 지나간 세월들을 들쳐낸다.

◆자연의 느낌 가득한 팍스빌

캐나다의 자연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나나이모 북쪽의 팍스빌로 가야 한다. 수령이 족히 100년은 넘은 것 같은 우람스러운 나무들이 압도하는 팍스빌은 밴쿠버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팍스빌 근처의 쿰스에는 염소가 사는 마켓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슈퍼마켓 지붕 위에 염소를 풀어놓았고 지역 명물이 되면서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팍스빌 해변에는 저녁마다 캠프파이어 행사가 열린다. 마시멜로를 구워먹기도 하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소박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다음 날 썰물 시간에 맞춰 생태 해설가가 갯벌 위를 탐험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작은 것을 좋아한다. 갯벌 위를 기어다니는 작은 고동 하나, 조개 하나에도 의미를 두며 진지하게 해설을 붙인다. 해초 하나를 발견해도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인다. 캐나다인들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생태적이면서도 작은 것들에 더 큰 의미를 붙인다.

빅토리아에서 작고 수수한 자연을 맛보았다면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밴쿠버로 떠날 일이다. 밴쿠버의 최고 명소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스탠리 공원이다. 거대한 마천루가 점령한 빌딩 숲옆에 푸른 자연이 지배하는 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부러운 풍경이다.

밴쿠버의 스탠리 공원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자전거를 빌려 시월(sea wall)이라 불리는 8.8㎞의 해안가로 향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부는 궂은 날씨인데도 캐나다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조깅을 하고 있다. 스탠리 공원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흑인 청년의 모습에도 쫓기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스탠리 공원 내부로 들어가면 수령이 적어도 600~800년 정도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 흔한 나무 데크조차 없다. 자연 그대로를 느끼게 하려는 배려가 느껴진다.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덕분에 여행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스탠리 공원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길 건너편 그랜빌도 꼭 들러볼 만하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마켓부터 퓨전음식을 파는 개성 넘치는 음식점, 아이들의 공간인 키즈랜드까지 흥미로운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서커스를 보여주거나 마술쇼를 벌이기도 한다.

◆캐필라노 협곡과 그라우스 산의 압도적인 풍경

보다 웅장한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밴쿠버 도심에서 약 2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캐필라노 출렁다리로 가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인 캐필라노는 137m의 길이에 높이만 무려 70m나 된다. 좁은 다리를 건너려면 제법 담력이 있어야 한다. 출렁이는 다리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코끼리 96마리와 함께 퍼레이드를 벌여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한다.

다리에서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없이 많은 침엽수림이 바늘을 꽂을 틈도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공중산책로인 ‘트리톱스 어드벤처’에서는 어린 시절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타잔의 향수가 느껴진다. 화강암 절벽에 계단을 설치한 ‘크리프 위크’ 또한 꼭 체험해 보아야 할 곳이다. 절벽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짜릿하기도 하지만 신선하기 이를데 없는 나무 향이 도처에서 피어나 마치 판타지 세상에 온 듯한 기분에 젖게 한다. 계곡의 끝에 서면 다리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출렁다리의 전체 풍경이 보인다. 캐필라노 다리 바로 옆에는 그라우스산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캐나다인들은 1230m의 이 산을 두 시간도 안 걸려 올라간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른다. 안타깝게도 산은 온통 안개로 덮여 있다. 쨍하게 펼쳐진 밴쿠버 전경도 멋있지만 운무가 가득한 풍경 또한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그라우스 산 위쪽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산위에는 새 쇼를 보여주거나 통나무 위에서 묘기를 보여주는 소소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밴쿠버·빅토리아(캐나다)=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 팁 연어·감자·조개 어우러진...아시아&유럽 '퓨전'의 맛

캐나다달러(CAD)를 사용한다. 1달러=1112원(6월21일 기준). 직항편은 캐나다 밴쿠버까지 대한항공이 매일, 에어캐나다가 주 4회 운항한다. 1회 경유를 해야 하지만 일본항공(kr.jal.com)을 이용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좌석 구하기도 쉽다. 직항 대비 15~20% 저렴하다. 밴쿠버에서 빅토리아까지 들어가는 교통편은 페리와 수상비행기가 있다. 수상비행기는 공항 부근 리치밴쿠버 캐나다 플레이스 앞에서 타면 된다. 운항정보(westcoastair.com) 빅토리아는 소읍이라 걸어서 섬을 둘러볼 수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hellobc.co.kr) (02)777-1977, 캐나다관광청(keepexploring.kr) (02)733-7790.

캐나다 음식은 아시아와 유럽의 음식 스타일이 섞여 있다. 연어와 감자, 조개, 홍합 등이 어우러진 음식은 태국 음식 같기도 하고 그리스식 정찬의 느낌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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