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전인지 단독 인터뷰 "4연속 버디 비결?…멘탈 훈련 덕이죠"

입력 2013-06-25 17:02   수정 2013-06-25 23:15

18번홀 버디 퍼팅때 우승 퍼팅인 줄 몰라
중3 때 부모 수입 끊겨 땅 팔아 골프 뒷바라지



“메이저 대회에 그것도 신인이 어쩜 저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마지막 4개홀 연속 버디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19·하이트진로). 그가 보여준 침착함과 집중력은 ‘조용한 암살자’로 불리는 세계 여자골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전인지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8번홀 마지막 버디 퍼팅을 할 때도 이것이 우승 퍼팅인 줄 몰랐다”며 “버디를 잡고 나서 동료들이 물을 뿌려주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우승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수많은 갤러리가 운집한 메이저대회에서 올해 갓 데뷔한 선수가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일단 주변의 모든 것들에 ‘무관심’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으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자 친구도 사귀어본 적이 없단다.

심지어 대회가 끝나고 골프채널에서 자신의 경기 모습을 수차례 재방송했지만 한 번도 안 봤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5년간 시드(전 경기 출전권)를 준다는 것을 우승한 다음날에야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4차원적인 무관심’은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을 코치로 만나면서 장점이 됐다. “지난 겨울 두 달간 미국 올랜도에서 박 코치님에게 멘탈과 코스 매니지먼트 공략을 집중 지도받았어요. 막판 침착하게 4연속 버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멘탈 훈련을 받은 덕이죠.”

전인지는 ‘프리샷 루틴’(샷하기 전 일관되게 반복하는 동작)을 하면서 이미지를 그린다. “샷한 공이 날아가는 모습, 퍼팅할 때는 볼이 홀로 들어가는 그림을 생각해요. 한 가지에 집중하면 잡생각이 들어도 그냥 흘려보낼 수 있죠. ‘다른 생각을 안 해야지’ 하다가도 잡념이 들면 이런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흘려보내요.”

전인지는 승부욕도 강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처음 배우던 날 그립하는 법을 지도받고 혼자서 300개 정도를 쳤는데 가르쳐주던 프로가 ‘애걔, 이것밖에 못쳤어?’라고 하자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수백개를 더 쳤다. 그걸 본 프로가 아버지(전종진·55)에게 “얘, 선수해도 되겠다”고 추천했다고 한다.

실전에도 강했다. 9개홀에 10오버파 정도 치던 초등학교 6학년에 첫 대회를 나가 첫날 99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날 83타를 쳤다. 첫 9개홀에서는 10오버파를 쳤는데 후반 9개홀에서 1오버파를 친 것.

전인지는 골프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2부투어는 거의 한 곳에서 대회를 하지만 이리저리 다니면서 대회를 하는 1부투어 생활이 재미있습니다. 골프 선수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고 오히려 골프를 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해요.”

아버지는 전인지를 따라다느니라 생업을 포기했고 식당을 하던 어머니(김은희·51)는 전인지가 중학교 3학년 시절 다리를 다쳐 일을 접었다. 이후 부모는 땅을 팔아 전인지를 뒷바라지했다. 제주도가 골프환경이 좋다고 해서 제주도에서 살기도 했고 친한 선수를 따라 전남 보성으로 갔다가 현재는 분당에서 방을 구해 투어를 뛰고 있다.

아버지는 골프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딸의 스윙은 누구보다 잘 본다. “무릎이 안 좋으셔서 제 캐디는 못하셨지만 스윙이 이상하면 ‘뭔가 바뀐 것 같다’고 바로 지적하세요.”


아마추어에 전하는 골프팁…스윙 메커니즘보다 자신만의 리듬이 중요

전인지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리듬을 꼽았다.

“스윙 동작 메커니즘보다 그걸 반복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일관된 자기만의 리듬을 가져야 해요. 리듬이 좋으려면 백스윙은 이렇고 임팩트 때는 이런 동작을 만들고, 어느 구간에서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아요.”

아마추어를 위한 팁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아마추어 골퍼는 멀리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피니시가 무너지는 등 전체적인 스윙 밸런스를 잊기 쉽다”며 “강하게 쳐야 거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밸런스를 유지해 스윗스폿에 공이 맞으면 거리는 저절로 난다”고 조언했다.

그린 적중률 77.56%로 장하나(77.99%)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전인지는 아이언샷이 장기다. 아이언 잘 치는 법에 대해 “샷하기 전 리듬과 내가 보내야 할 방향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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