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나선형 악순환論으로 본 '中그림자 금융 위기설'

입력 2013-06-30 17:34  

그림자 금융규모 위험수위 넘어…감독권 강화로 해결해 나갈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경기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현재 중국 경제가 당면한 3대 현안이다. 이 중에서도 감독권에서 벗어난 모든 금융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은 규모가 워낙 커 “이러다가 ‘중국판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그림자 금융발(發)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한 논리적인 근거로 ‘나선형 악순환 이론(spiral vicious circle theory)’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이 이론이 중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 그중에서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을 설명하는 데 거론되는 것을 이해하려면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북한의 ‘천리마 운동’처럼 단순히 투입되는 노동, 자본 등 생산 요소의 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이후에는 생산 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 전형적인 성장 경로다.

대다수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 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물가 상승 등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2004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한 것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이었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던 금리 인상은 대내외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실패했다. 2004년부터 1년6개월 동안 진행한 1차 긴축의 경우 의욕적으로 단행한 금리 인상이 증시 호황에 밀려 국내 기업 여신을 잡는 데 한계를 보였다. 2010년의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면서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오히려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은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상승→추가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탓에 긴축기간도 길어지고 금리 인상 폭도 커져 마침내 경기 둔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불거져 나온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가로 긴축을 단행할 경우 2차 나선형 악순환 국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경제 성장률은 7%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곧바로 경착륙 국면으로 추락하고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통해 자산 거품과 인플레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비행기(성장률)’를 ‘활주로(잠재수준)’로 안착시켜 ‘승객(경제주체)’들의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만약 중국 경기가 연 8~9%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는 경착륙이 된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고리가 하나 더 추가된다. 이 경우 핫머니 이탈로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경기는 ‘역(逆)자산 효과’로 상당기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긴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경기를 망치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빌미를 제공한 ‘에클스의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위주로 추진해온 긴축정책 방향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정책 방향은 ‘그림자 금융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과연 중국의 부담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국가에서 발생한 위기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지,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바로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다. 이 두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또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우려대로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이 발생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신 그 충격은 중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향후 긴축과 개혁정책은 중국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이 시달리고 있는 경기둔화 속 부동산 거품은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그림자 금융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상 같은 긴축정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외자 유입에 대한 규제와 함께 인민은행의 감독권 강화 등으로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고, 경기와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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