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끓던 1990년대를 말하다

입력 2013-07-03 17:23   수정 2013-07-03 21:24

정이현 씨 성장소설 '안녕, 내 모든 것' 출간…"민주화 이후 자유·감성 넘친 특이한 시대"


그리 멀지 않아 보이면서도 따져보면 약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1990년대. 가깝고도 먼 그 시대는 우리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를 매끄러운 문장과 세련된 이야기에 담아온 작가 정이현 씨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안녕, 내 모든 것》(창비)을 발표했다.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울 온도가 약 38℃까지 올라갔던 1994년의 여름을 살던 열일곱 살 세 친구와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를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필치로 담았다.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작가는 1990년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10대와 20대에 걸쳐 있던 각별한 시기였고, 사회적으로는 소비자본주의와 민주화 이후의 자유와 감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특이한 시대”로 기억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완전히 터져버린 이후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안타까운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 문학에서 1990년대를 좀처럼 호명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조금은 멀리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아닐까요. 우리가 1980년대를 오랫동안 돌이켜봤듯이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찬란하게 빛나던, 돌아가고픈 시간이에요.”

소설의 세 주인공은 빚을 지고 미국으로 도피한 엄마와 무책임한 아빠 때문에 부유한 조부모 집에 얹혀사는 세미, 의지와 무관하게 심한 욕설을 반복적으로 내뱉는 투레트 증후군에 걸린 소년 준모, 관계를 넓히지 못하고 세미와 준모의 우정 안으로만 파고드는 지혜다. 이들은 조심조심 함께 살아가지만 세상과 시간의 압력은 결국 이들을 갈라놓고 홀로 떠다니게 만든다. 작가는 이 세 명의 청춘을 통해 소비와 허무, 가족의 결합과 해체, 뜨거운 우정과 쓰라린 삶의 엇갈림을 말한다. 동시에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들춘다.

지난해 창작과비평 연재 당시 작품 제목은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품어온 ‘내 모든 것’이었다. 여기에 왜 ‘안녕’이라는 말을 덧붙였을까.

“한국어의 ‘안녕’은 다른 언어와 달리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로 함께 쓰이잖아요. 끝과 시작이 연결돼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내 모든 것’은 소중한 시간에 대한 작별 인사였지만, 안녕이라는 말로 지금 현재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서른셋이 된 혜미는 과거를 떠올리며 이렇게 되뇐다. ‘우리는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계속, 살아갈 것이다.’

정씨는 첫 책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낸 지 꼭 10년 만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세상에 내놓은 활자와 문장들이 어디에 가 닿아 있을지 걱정이 된다”면서도 “작가로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엔 써놓고 미운 작품도 있었고, 노출이 안 되길 바라던 작품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작품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소설로 ‘내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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