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침 놓으면 안되는 날·독버섯 감별법…조선 지혜 엿보기

입력 2013-07-04 17:22   수정 2013-07-05 00:17

실용서로 읽는 조선
정호훈 책임기획 ㅣ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ㅣ 376쪽 │ 2만1800원



“복숭아씨와 살구씨는 독이 있으니 먹지 마라. 9월에 서리 맞은 오이는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위가 뒤집히는 병이 생긴다. 못 먹는 버섯은 털이 있는 것, 아래 무늬가 없는 것, 밤에 빛이 나는 것, 삶아도 익지 않는 것, 요리를 해도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 봄이나 여름에 악충이나 독사가 지나간 것 등이니, 이들 버섯은 먹으면 모두 사람을 죽게 한다. 빛이 붉고 바짝 쳐든 채 엎어지지 않는 것, 들이나 밭 가운데 나는 것은 모두 독버섯이다. 닥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뽕나무에 생긴 버섯은 모두 먹을 수 있다.”

조선시대 관료들이 일을 살핌에 필요한 지식을 요령있게 추려 엮은 《고사촬요》에 실린 내용이다. 행정이나 재판과 관련된 지식과 규정, 의식 등을 담은 행정 편람용이나 실용 참고서로 만든 자료집인 이 책에는 음식, 주택 건축, 관리 등 의식주에서 유의해야 할 금기도 실려 있다.

독버섯을 감별하는 법에서는 이 시기 독버섯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의 관료 조직에서 중시했던 행정 지식과 정보, 조선 사람들이 일상에서 영위하고 활용하며 삶을 지탱했던 지식을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실용서로 읽는 조선》은 조선 사람들이 늘 경험했던 실용의 세계를 다양한 방면의 실용서들을 통해 들여다본다.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생산되고 축적되며 탄생한 실용의 지식 속에서 조선 사람들의 땀내 나는 삶을 확인하자는 의도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사업단이 만든 아홉 번째 교양서로 ‘조선의 기록문화와 법고창신’이란 아젠다를 내걸고 진행한 공동 연구활동의 한 산물이다.

정호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 정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한명주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 12인의 학자가 각자 전공 분야와 관련한 조선시대 실용서들의 내용과 의미 등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행정편람서 《고사촬요》, 선비들의 원예서인 《양화소록》, 조선에서 유행한 편지쓰기 매뉴얼인 《간식유편》, 가야금 악보집 《졸장만록》을 비롯해 실용 법서와 의서, 역서, 한글 학습 교재, 요리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실용서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실용서 중 베스트셀러는 단연 역서다. 발행기관인 천문관은 연간 30만부 넘게 인쇄해 배포했다. 1년치 날짜를 모아 적어놓은 생활필수품이지만 오늘날의 달력과는 다르다. 매일매일의 시간에 길흉을 부여해 만든 정보인 역주를 달았다. 날짜마다 ‘이사하면 안 되는 날’ ‘집수리하기 좋은 날’ ‘목욕하기 좋은 날’ ‘침 놓으면 안 좋은 날’ 등 해서는 안 될 일과 하면 좋은 일을 알려줬다. 미신적인 요소가 많지만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요긴한 정보였다.

이 책에 소개된 실용서들은 전문적이되 어렵지 않고, 간편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된 틀로 설명하고 경험과 밀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실용의 지식을 담고 있는 서적과 그 서적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얻는 재미가 톡톡하다. 책에 수록된 다양한 그림과 사진, 삽화와 함께 머리말에서 정호훈 교수가 쓴 대로 ‘실용의 문화 속에 펼쳐지는 조선의 속살을 헤쳐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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