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여친과 창고서 사업 시작…이윤보다 고객·지역사회 기여 중시…세계 최대 유기농 판매체인 일궈

입력 2013-07-11 15:30   수정 2013-07-12 14:45

글로벌 CEO - 존 멕케이 <홀푸드마켓 회장>

'깨어있는 자본주의'기치
마켓1호점 홍수로 매몰…파산직면…단골고객·투자자 도움으로 회생

팀 단위로 모든 의사 결정
이주노동자·소수민족 주로 채용…직원이 판매 제품·사원모집 결정

내 연봉은 단 1달러
"좋은회사 만들려는 열정으로 일해"…5년마다 고객·직원·투자자 회합…'퓨처 서치'회의서 발전 방향 논의




1981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홀푸드마켓 1호점이 홍수로 수몰됐다. 존 멕케이 홀푸드마켓 회장은 망연자실했다. 매장을 연 지 1년도 안된 시점에 상품들이 물에 젖으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어 파산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도움의 손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단골 고객들이 찾아와 매장 복구를 도운 것이다. 나중에는 투자자와 상품 공급자, 채권자까지 찾아와 힘을 보탰다.

이윤보다 종업원과 고객,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멕케이가 주창하게 된 계기다. 나스닥에 상장된 연간 매출 120억달러(13조7600억원) 규모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이윤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니….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은 채식주의자이면서도 매장에서는 고기를 판매하고, 종업원의 고용보장과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노조 설립에는 반대한다.

독특한 관점으로 회사를 이끌며 멕케이는 홀푸드마켓을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350개 매장을 가진 세계 최대 유기농 전문 판매체인으로 성장시켰다.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가치관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자본주의’ 기치로 고속성장

멕케이는 1978년 여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 창고를 개조해 식재료 판매점을 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 대학을 다닌 많은 미국 젊은이들처럼 히피(반체제 성향의 자연주의자)였던 만큼 자신이 먹을 채소를 직접 조달하겠다는 동기에서다.

“신뢰할 수 있는 유기농 식품을 파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1980년대 성장 궤도에 오른 홀푸드마켓은 1990년대 미국 각지의 자연식품 판매회사를 인수하며 판매거점을 확대했다. 2002년엔 캐나다, 2004년엔 영국에도 진출했다. 1991년 9200만달러이던 매출은 매년 30% 가까이 성장했다. 미국 식품시장의 성장률이 연평균 4%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멕케이는 “이윤이 아닌 보다 높은 목표를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결국 기업 이윤창출과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줄 때 소비자와 공급자, 종업원들이 더 높은 충성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이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지역매장 기부활동’이 단적인 예다. 매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역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해당 단체 구성원에게는 할인혜택까지 제공한다. 멕케이는 “이들 단체가 나서서 홀푸드마켓을 홍보해 주면서 매장 매출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비영리단체에 귀속되는 상승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팀 단위 의사결정으로 효율성 제고

멕케이는 홀푸드마켓 직원으로 이주노동자와 소수민족을 주로 채용하면서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홀푸드마켓의 모든 매장은 주요 의사결정을 팀 단위로 나뉘어진 직원들의 손에 맡긴다. 직원들은 어떤 제품을 매장에 들여놓을지부터 신입사원으로 누구를 뽑을지까지 결정한다. 한 달간 인턴활동을 한 지원자는 해당 팀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입사할 수 있다. 근로규칙 내용과 처벌도 팀 단위 결정에 맡긴다. 각 팀의 실적을 근거로 매달 급료가 정해지는 만큼 직원들은 최선을 다한다.

물론 멕케이가 직원들의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팀 단위에서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직접 지시를 내린다. 최근 뉴멕시코주에 있는 매장에서 스페인어만 쓰는 직원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단적인 예다. 직원 간 토론을 거치고도 결론이 나지 않자 멕케이가 나서 매장 내 언어 사용 규칙을 정했다.

멕케이는 “팀 단위 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문제는 해당 팀에 머무를 뿐 다른 팀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며 “조직의 전반적인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연봉 1달러의 ‘경청자’

직원에게는 이처럼 많은 권한을 부여하지만, 임원들은 다른 미국 기업들에 비해 낮은 급료를 받는다. 일반적인 미국 대기업은 스톡옵션의 70%를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홀푸드마켓은 93%를 직원들이 갖고 있다. 모든 직원의 급료가 공개되며 임원의 임금은 평균 임금의 19배를 넘을 수 없도록 못박아 놨다. 멕케이 스스로도 2006년 이후 자신의 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연봉은 1달러만 받고 있다.

“홀푸드마켓을 위해 일하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훌륭한 회사를 이끄는 즐거움과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열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멕케이의 이 같은 열정은 1988년 이후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퓨처 서치(future search)’ 회의를 통해 구체화된다. 고객과 직원, 공급자, 투자자, 경영진 등 125~150명이 모이는 이 회의에서는 홀푸드마켓의 중·장기적인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참가자들은 5년 뒤 홀푸드마켓의 모습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홀푸드마켓의 해외진출도 2003년 회의에서 결정됐다. 멕케이는 “당시 개인적으로는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퓨처 서치 회의가 없었다면 홀푸드마켓의 해외진출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집합적인 비전과 꿈이 홀푸드마켓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멕케이는 올해 1월 라젠드라 시소디어 벤틀리대 교수와 함께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원인으로 ‘이익 극대화’를 지적하며 새로운 기업 경영을 위한 네 가지 신조를 제시했다. △높은 차원의 목적과 핵심가치 개발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연결 △깨어 있는 리더십 발휘 △깨어 있는 문화와 경영 등이 그것이다.

멕케이의 주장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리고 있지만, 그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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