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프랑스 혁명 후에도 끝나지 않은 레미제라블

입력 2013-07-11 16:46   수정 2013-07-11 21:16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육영수 지음 / 돌베개 / 300쪽 / 1만7000원

<Les Miserables 비참한 사람들>




“남자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탈취했다면 여성들은 왕을 사로잡았다.”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쥘 미슐레의 말이다. 1789년 7월14일 프랑스 혁명이 시작된 이후 루이 16세가 거세게 저항하던 10월 초, 7000여명의 파리 여성들이 베르사유로 행진했다. 이들은 왕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수용하고 굶주린 시민들의 빵 문제를 해결하라고 윽박질렀다. 1791년 7월14일 입헌군주정의 가부장적 통치에 항의해 헌법 개정을 요구했던 ‘100인의 청원서’에도 41명의 여성들이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혁명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란 개념을 태동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서양 여성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상류층 지식인에 국한됐던 여성 문제가 혁명을 전환점으로 중·하층으로 확대됐고 여성의 기본 생존권 보장, 결혼과 이혼의 평등한 권리, 여성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과 연결되면서 근대 여권운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 기존의 지배적 평가였다.

하지만《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에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여성들의 영역이 가정과 육아와 같은 사적 영역으로 축소되고 부르주아 남성들이 공적 영역을 독점하는 것에 항거하기 위해 근대 여권운동이 시작됐다는 것. 프랑스 혁명은 근대 여성운동이 비극적이며 부정적인 모습으로 태어나도록 해준 ‘못된 산파’였다는 것이다.

혁명 초기 여성들은 혁명의 당당한 주역 대접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종의 ‘반동분자’ 대접을 받게 됐다. 군주정 몰락에 힘을 보탰던 여성들이 위협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남성 정치인들과 경쟁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혁명 이후 나폴레옹 1세가 등장하자 여성 관련 법률은 약화되거나 폐지됐다. 나폴레옹 민법은 아버지가 자녀와 아내를 일정 기간 교정원에 감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혼법도 여성에게 불리하게 수정됐다. 부르봉 복고왕정은 여성의 권리를 더욱 약화시켰다. 1816년 이혼법은 아예 폐지됐다. 프랑스 여성들은 서양 다른 국가보다 한 세대가량 늦은 1944년에야 참정권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여성을 위한 프랑스 혁명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프랑스 혁명은 내부적으로 여성과 저소득층을 소외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식민지의 유색 인종을 배반했다. 1789, 1793, 1795년 세 차례 인권선언이 공동으로 천명했던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보편주의 원칙은 남성, 백인, 유산계층에만 배타적으로 적용됐다.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생도맹그(현재의 아이티공화국)에서 해방운동이 일어났을 때 프랑스 정부는 노예 해방과 국가 이익 사이에서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란군의 힘이 세지고 백인 농장주들이 영국, 스페인과 동맹을 맺자 노예 해방과 노예제도 폐지가 선언됐다. 인권선언의 결과라기보다 흑인 노예들의 폭동을 진정시키고 영국과 식민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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