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酒류가 뜬다] 폭탄주 대신 보드카 칵테일…'나만의 술'이 대세

입력 2013-07-12 17:10   수정 2013-07-12 23:26

클럽 인기 주종은 예거마이스터
독주에서 순한술, 술집서 집으로 …
대형마트 와인 매출이 소주 앞서




무역업체 동현상사의 김창경 사장(50)은 요즘 술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접대하는 고객마다 와인 싱글몰트 등 좋아하는 주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장소도 달라졌다. “예전엔 무조건 룸살롱 가서 비싼 술을 시키면 오케이였는데 요즘은 와인바나 카페를 많이 찾는다”고 그는 말했다. 술을 단순히 마시는(drinking) 게 아니라 즐기는(enjoy)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긴다

한국의 음주문화를 상징하던 말은 폭탄주다. 소주 혹은 양주를 맥주와 섞어 돌려먹는 술. 독한 술을 평등하게 나눠 마시고 빨리 취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엔 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음주문화에 반기를 드는 애주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유미영 씨(35)는 “위스키인 시바스리갈이나 윈저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보드카를 칵테일로 마시거나 외국산 맥주를 즐기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견회사에 다니는 박형순 씨(39)는 “회사에서도 회식 때 상징적으로 폭탄주를 한두 잔 마실 뿐”이라며 “회식자리도 와인바 같은 곳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음주문화의 변화는 대형마트에서 어떤 술이 더 많이 팔리느냐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이마트의 주류매출 비중을 보면 와인이 19.0%로 ‘국민 술’ 소주(16.7%)에 앞섰다. 맥주(44.8%)보다는 뒤지지만 매출증가율로 보면 단연 돋보인다. 와인은 이 기간 6.9% 더 팔렸지만, 위스키는 -11.1%, 막걸리 -6.7%로 뒷걸음질쳤다. 외국산 맥주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 상반기 외국산 맥주 판매증가율은 28.3%를 기록했다. 반면 국산 맥주는 9.3% 매출이 감소했다. 롯데마트 이영은 주류바이어는 “해외여행 등을 통해 다양한 맥주 맛을 접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외국산 맥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2010년 50여개였던 외국산 맥주 종류를 올해 140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술시장 판도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홍준의 홍보실장은 “예전엔 룸살롱이나 대형 술집만 공략하면 영업은 간단했는데 이젠 시장이 달라졌다”며 “클럽이나 바 등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곳과 마트가 주요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신주류시장을 선도하는 층은 20~30대 안팎의 젊은 애주가들이다. 50대 이상에겐 생소한 술인 예거마이스터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클럽의 인기 주종이다. 주정에 과실과 감미료를 넣어 달콤하게 만든 이 술은 독주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나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올 상반기 2만8500상자가 팔려 작년 전체출고량(1만9600상자)을 훌쩍 넘어섰다. 2011년에 비해선 벌써 3.8배나 많은 양이 팔렸다.

물론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주와 국산 맥주가 주춤거리고 있긴 하지만 대중주로서 확실히 자리잡고 있고, 보드카나 진 등을 모두 합해도 위스키 판매량의 10%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주문화가 달라지고 있어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주류업체인 페르노이카의 유호성 이사는 “절대 규모로 보면 아직 술시장의 주류는 소주와 국산 맥주 그리고 임페리얼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라면서도 “보드카나 와인 같은 술이 대중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매우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술시장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음주관습이 독주에서 순한 술로, 술집에서 가정으로, 집단적 음주에서 개별적 음주로 변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이 즐기는 소위 신주류(新酒類)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 싱글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

싱글몰트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맥아만(single malt) 사용해 만든 것이다. ‘글렌피딕’ ‘맥캘란’ 등이 유명하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종류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밀, 옥수수 등을 증류해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blend) 만든다. ‘임페리얼’ ‘윈저’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당수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다.




▶ [신酒류가 뜬다] 그 많던 막걸리는 어디 갔을까
▶ [신酒류가 뜬다] 싱글몰트는 한남동…보드카는 청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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