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공무원 부패방지'김영란法' 원안대로 도입해야 하나

입력 2013-07-12 17:34   수정 2013-07-13 00:40


지난 2일 국무조정실이 국무총리 중재로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조정안을 내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 수수도 형사처벌하는 원안을 바꿔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정안을 내놓은 뒤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직무로 인한 모든 금품 수수는 대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일명 ‘스폰서’로 불리는 금품 수수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찬반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2년 8월 당시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해 ‘김영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당초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금품 5배 이하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토록 했다.

법무부는 모든 금품 수수에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이에 권익위와 법무부가 직무 관련 여부와

계없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으로 수정했다가 결국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부분에만 형사처벌 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김영란법 원안에 찬성하는 측은 한국사회에서 부패근절을 위해 연금에 정년까지 신분보장을 받는 공무원의 금품 수수는 이유를 불문하고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뇌물 문화는 대가성 유무를 가려내기 어려운 풍토라는 이유에서다.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지금까지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론 받은 돈의 5배 이하로 과태료를 물리고 징계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공직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며 수정안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형사처벌의 경우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지만 과태료는 그런 제한이 없어 보다 용이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주 맞짱토론에서는 김영란법 원안에 대한 찬반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찬성 - 공무원엔 엄격한 청렴 요구…금품수수 무조건 처벌해야

형법에서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공무를 집행하면서 금품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 바로 법률 규정이 꾀하는 직접적인 목적(보호법익)이다.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와 금액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 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특별히 청탁의 유무나 개개 직무행위의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또한 그 직무행위가 특별하게 정해진 것일 필요도 없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로 공무원이 뇌물죄로 기소만 되면 어느 정도는 대가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존의 부패방지 관련법(권익위법, 형법, 공직자윤리법 등)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실체법으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현재 법 테두리 내에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함에도 ‘특별법’을 만드는 포퓰리즘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기본법’의 제정 취지와 그 수위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형법상 공무원이 뇌물을 받거나 배임 행위를 해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많은 수뢰자들은 여러 가지 편법으로 대가성을 부정한다. 일이 생기고 난 이후 같이 식사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초보 중에 상 초보만 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 '어장관리' 하지…누가 일 터진후 로비하나

요즘은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로비하지 않는다. 소위 ‘어장 관리’를 상당히 오래 전부터 하다가 오히려 필요한 때가 되면 일부러 연락을 안 하거나 둘 간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결국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는 검찰은 큰 곤욕을 치르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법무부가 김영란법이 너무 과하다고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사실상 아이로니컬하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원장 재직 때 건설업자로부터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역시 원전에 특정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성접대 의혹뿐만 아니라 건설업자와의 유착 관계로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들이 대가성 있는 금품을 제공받고 어떤 식으로 편의를 봐주었는지는 밝혀내기 어렵다.

수사 단계에서 이들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대가성이 엄격히 입증돼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영장이 발부된다. 그러나 이들이 정식으로 기소되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때는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았어도 ‘대가성이 없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편의를 봐줬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대가성 유무에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받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잉금지원칙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국무총리 조정안은 대가성이 없는 경우 과태료 처분에 그치도록 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나라가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비해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반대급부로 보상이 주어진다. 형(刑)이나 징계를 받지 않는 한 정년 때까지 신분을 보장해주고, 퇴직하면 상당한 액수의 연금을 받게 해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공직사회·정치권 청렴도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전체 176개국 가운데 45위에 그쳤다. 싱가포르(5위)·홍콩(14위) 등 여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은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제정해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50년 전인 케네디 대통령 시절(1962년)에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 분산돼 있던 이해충돌방지 관련 규정들을 정리했다.

한국공직자 청렴수준 낮아…선진국선 사적관계 엄격 관리

이 법 209조에서 공직자가 공직수행 중에 정부 외의 출처로부터 금품 등을 받는 경우 형사처벌(1~5년의 징역 또는 벌금)을 받게 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 법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정에 약하다. ‘아는 처지’가 항상 발목을 잡는다. 학연, 지연, 혈연의 기본적인 삼각 고리 이외에 전관예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공무원들의 ‘떡값’ 논란이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평소에 밥이나 술을 같이 먹으며 친하게 지내왔고, 생일선물을 받고 일가친척 결혼식에 후한 축의금을 내며 교류를 쌓아온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정이라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일반인이 아니고 공무원이라면 그 정도는 참아내야 한다.

핀란드의 노키아 부회장이 단 한 번의 속도위반으로 낸 벌금이 11만6000유로(약 1억7000만원)였다고 한다.

같은 잘못에도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을 차별하는 ‘일수벌금제도’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공무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반대 - 대가성 없이 받은 금품까지 형사처벌 땐 위헌 소지

권력은 부패를 낳고, 공직의 부패는 선량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고 공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공직사회 부패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은 부패 원인을 차단하는 종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이 법안은 2011년 10월에 제1차 공개토론회, 2012년 2월 제2차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가 및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많이 다듬어졌다. 특히 처벌법으로서의 성격이 완화되고 예방법 성격이 강화됐다. 그 후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 것이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가’였다.

법무부는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과잉처벌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익위는 스폰서를 막기 위해서는 공직자가 받는 100만원 이상의 금품수수는 대가성을 묻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권익위와 법무부 간 이견으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 추진이 지연되자 지난 2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협의를 통해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세 유형으로 구분해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어느 누구로부터도 법상 금지된 금품을 수수한 경우 수수금액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무죄 추정' 원칙 적용안돼…과태료 부과가 더 효율적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있는 때에는 형법상 또는 특가법상 뇌물죄로 처벌하고, 직무와 관련되거나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키로 했다.

이 같은 조정에 대해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면서 반대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우선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은 공직자의 금품수수 금지 이외에도 중요한 부패방지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공직자의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 완화를 이유로 법안 추진이 중단되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은 부정청탁 금지, 사례금 수수 제한,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공직자의 외부활동 제한, 사업자 등과의 거래 제한, 소속기관 등의 가족 채용 제한, 소속기관 등과의 계약체결 제한,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 공용물직위 등의 사적사용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를 비롯한 부패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실효성 있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조정법안도 원안과 동일하게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묻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을 처벌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금품수수를 원칙상 금지하고 그 위반을 처벌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것이지 처벌의 정도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공직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형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금품수수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경우 공직자의 명예는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또 과태료 부과에 이어서 파면, 해임 등 징계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공직자에게는 여전히 실효성 있는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법 중요하지만 신속한 입법도 필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면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이 용이해져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형사처벌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엄격한 증거법칙에 의해 금품수수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과태료 부과는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원안에서는 금품수수가 금지되지 않는 경우를 열거하고 이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조정법안에서는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 사업자 등이나 다른 공직자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받은 경우에는 예외 사유 없이 모두 형사처벌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원안에서의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한 것으로 문제가 돼 위헌결정이 난다면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조정법안에 따르면 이런 위험성이 없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은 정당한 법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직자에게 현재보다 큰 불편을 가져다주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는 드러내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심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헌성 논란이 있는 것은 법안에 대한 반대 내지 수정 요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 부과와 징계처분으로 처벌하면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신속히 제정하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 제정의 지연을 막는 지름길이다.

법안이 공식 제안된 지 2년이 돼가고 있는 만큼 완벽한 법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신속하게 입법해 적용하는 것도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중요하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읽을 만한 자료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공정한 사회를 위한 김영란 김두식의 제안, 쌤앤파커스, 김영란 김두식, 2013년 5월
▷공직부패종합대책법으로서의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안에 대한 분석연구, 한국법제연구원, 이유봉, 2012년 7월
▷부정부패 원인과 대책, 한국학술정보, 이진호, 2011년 11월 ▷공직윤리와 관료부패, 한국학술정보, 김택, 2010년 4월
▷부패추방 어떻게 하나, 나남, 이은영 외,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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