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숨은 5만원권…돈이 안돈다

입력 2013-07-14 17:08   수정 2013-07-15 03:08

한은, 1분기 회수율 58% 불과…저금리로 현금보유 늘어
통화승수 등 떨어졌지만 돈맥경화 지표로 볼 수 없어



최근 통화승수와 통화 유통속도 하락을 돈이 잘 안 도는 ‘돈맥경화’로 볼 수 없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5만원권 발행 확대와 저금리 지속으로 현금을 금융회사에 맡기지 않고 ‘장롱’에 보관하는 양상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통화승수나 통화 유통속도는 중앙은행이 푼 돈이 시중에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져 왔다.

○통화승수 가파른 급락

한은은 14일 ‘주요 통화 관련 지표 동향 및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통화 증가율, 통화승수, 통화 유통속도 등 통화 관련 지표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15.8%)을 정점으로 하락해 2011년 하반기 이후 3~5%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2000년 1월 26.1배에서 2009년 6월 25.5배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 2009년 3분기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5월에는 20.9배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찍어낸 돈이 은행을 거쳐 시중으로 나갔다가 다시 예금 형태로 은행으로 들어오고 또다시 대출로 나가는 등 돈이 돌고 도는 횟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김철 금융시장팀 과장은 최근 통화승수 하락에 대해 “5만원권 발행, 저금리에 따른 화폐 보유 비용 감소 등으로 현금 보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5만원권 회수율은 58.6%로 10장 중 4장은 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또 금리가 워낙 낮은 탓에 하루라도 이자를 받기 위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도 줄어들면서 은행을 다시 거쳐 나간 돈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과장은 “실제로 5만원권 발행 효과 등을 제외하고 2009년 6월 이후 통화승수를 구해 보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통화 유통속도도 떨어져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2로 나눈 통화 유통속도는 2000년 1분기 0.87이었으나 2011년 4분기 0.72에 이어 올 1분기 0.70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통화 유통속도 하락은 금융 혁신이나 금융산업 성장 등으로 실물경제(GDP) 대비 민간의 금융자산 보유 규모가 커진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상품 중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높은 성장세가 통화 유통속도 하락을 주도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통화 유통속도 하락과 신용 상황 지표 악화 간 관계는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좋고 돈이 도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던 시기에도 통화 유통속도가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1분기~2008년 2분기는 경기 호황기로 신용 경색이 전혀 없던 시기지만 통화 유통속도는 이 기간 0.11 하락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통화 유통속도

본원통화가 낳은 통화 창출 능력을 표시하는 지표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액과 은행이 지급 준비를 위해 중앙은행에 맡겨 놓은 예치금을 말한다. 통화승수는 통화량(M2)을 본원통화로 나눈 값, 즉 통화량이 본원통화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배수다.

일정 기간에 통화 한 단위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를 말한다. 연간으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 지표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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