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으로 명품백 만든 PRADA의 실험정신

입력 2013-07-19 17:14   수정 2013-07-19 21:01

럭셔리 인사이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실험정신으로 유명하다.

1913년 설립 당시부터 그랬다. 설립자인 마리오 프라다는 악어에서 비단뱀, 타조 가죽까지 당시로선 획기적인 가죽 소재를 제품에 사용했다. 그 파격은 대를 이어 전해지며 프라다의 상징이 됐다.

1978년 손녀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가업을 이어 받으면서 내놓은 나일론 소재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군용 낙하산이나 텐트에 주로 사용했던 방수 나일론을 특수가공해 ‘테수토(Tessuto)’라고 불리는 소재로 만들었다.

테수토는 ‘프라다의 나일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세간에선 “어떻게 낙하산이나 만드는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 패션쇼 무대에 올릴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실용적인 데다 남다른 감각을 뽐낼 수 있는 나일론 가방은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만든 나일론 백의 디자인은 단순한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쓴 데다 모양이 단순해 너무 밋밋하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았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 프라다가 들어오면서 이 나일론 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장, 캐주얼 어디에도 어울리는 것은 물론 ‘명품백이지만 실용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이 한몫한 것이다.

프라다의 테수토 백은 일단 심플한 디자인, 때가 덜 타면서 방수까지 된다는 실용성, 가볍고 튼튼하다는 점 등의 강점을 갖췄다. 테수토 백의 인기는 프라다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이후 프라다의 스포츠 라인에서 나일론 소재를 의류에 적용하기에 이른다.

프라다의 테수토 백에 마니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내놓은 여성용 ‘백팩(backpack)’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겉에 주머니를 단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누구나 한 개쯤 갖고 싶어하는 명품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처음엔 블랙으로만 만들던 테수토 백은 블루, 카키, 브라운, 레드, 화이트 등으로 제작됐고, 크기도 다양해졌다.

프라다의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2007년 봄·여름 밀라노 컬렉션에서 프라다는 이 테수토 백을 남성용 ‘빅 백(big bag)’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여성스러운 핫팬츠에 마치 등산가방처럼 커다란 테수토 백을 과감하게 매치한 것이다. 이는 프라다가 현대 여성들이 사회 활동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여성미를 잃지 않으면서.

실크처럼 은은한 광택을 뽐내는 테수토 백은 프라다 본사가 운영하는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다. 잘 끊어지지 않는 실을 꼬아서 만드는데 일일이 손으로 재단한다. 덮개, 주머니의 가장자리에 주름을 넣은 뒤 가방 형태를 잡고 박음질을 하는 등 여러 번의 공정을 거친다. 마지막 다리미질은 장인들의 손에서 완성되는데 이 과정이 전체 공정의 5%를 차지할 만큼 오래 걸린다고.

미우치아 프라다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일론을 럭셔리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프라다만의 실험정신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테수토 백인 것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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