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네티즌 쓴소리에 제 몸은 벌써 300개 총알구멍"

입력 2013-07-23 17:35   수정 2013-07-24 02:06

내달 1일 개봉 400억 월드시네마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신문 기사나 평론가 리뷰는 좋은데 트위터에서는 반씩 나뉘어 싸우고 있어…개봉도 전에 심신이 너덜너덜합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마지막 장면처럼 온몸에 총알구멍이 300개는 났을 거예요. 심신이 너덜너덜합니다. 신문 기사나 평론가들의 리뷰는 좋은데, 트위터에서는 반씩 나뉘어 싸우고 있어요. ‘마더’가 개봉한 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트위터의 힘이 무시무시해졌어요.”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대작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44·사진)은 첫 시사회 후 관객들의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프랑스 만화를 옮긴 이 영화는 빙하기를 맞은 인류의 유일한 생존 공간인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살던 하층민 지도자가 반란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 크리스 에번스, 애드 해리스, 틸다 스윈턴, 존 허트 등 할리우드 배우가 대거 출연해 영어 대사로 전개한다. 한국 배우는 송강호와 고아성뿐이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든 이 영화에는 CJ E&M 등 한국 투자·배급사들이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투입해 지금까지 167개국에 수출, 200억원을 회수했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봉 감독을 만났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모습이 우리들의 삶과 의외로 비슷하다는 점을 통해 섬뜩하고 씁쓸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극 중 배경인 기차는 학교와 슬럼가, 부유층이 공존하는 한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죠. 하층민의 반란을 통해 사회시스템으로부터 탈출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와 혹독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새로운 시스템을 향해 전진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기차 안의 세상은 양극단이 첨예한 자본주의체제일 수 있고, ‘빅브러더’가 지배하는 공산주의 국가일 수도 있다고 했다. 원작 만화는 출발점이었을 뿐 대부분의 내용은 바꿨다.

“원작에서는 단순히 한 사람이 꼬리 칸에서 앞으로 이동하며 벌어지는 스토리였고, 반란은 없었어요. 저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스파르타쿠스’(로마시대에 봉기한 노예)를 구상했어요. 과밀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뜨거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이야기 말이죠.”

그는 다른 감독들이 더 이상 기차 영화를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빼어나게 찍고 싶었다고 했다. 기차 세트를 연결하면 500m에 이를 정도로 기차 신을 원 없이 찍었다. 그러나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게 과제였다.

“현장에서 ‘컨테이너 영화를 찍는 거냐’라는 반문도 일더군요. 저도 원래 로케이션(야외촬영)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몇 달간 체코에 있는 세트장으로 출근하니까 미치겠더군요. 그래서 다리, 계곡, 터널,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신을 많이 넣었어요. 무엇보다 배우들의 다양함에 주목했어요. 얼굴의 스펙터클 말이죠. 공간이 단조롭다고 느껴질 때쯤, 배우의 얼굴로 이동했어요.”

해외에서 다국적 스태프와 배우들을 지휘했지만 국내 촬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 다를 뿐이지 영화의 매커니즘은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스토리냐가 관건입니다. 저를 충동질하는 스토리가 있다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갈 겁니다. 프랑스 만화가 저를 충동질해 영화화한 것처럼 말이죠.”

그는 “잔잔하고 일상적인 스토리로 깊은 관점을 끌어낸다면 거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경지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여전히 극한 상황과 강한 이야기에 끌린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한국 영화 ‘옥자’와 7000만달러 규모의 할리우드 SF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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