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시장·정보 제공 제조업 육성…새 모델 주목
헬스케어·태양광·乳가공 등 기업에 관심 보일 듯
▶마켓인사이트 7월24일 오후 3시


석유화학, 정유 플랜트용 밸브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국내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조업체 B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지에 밸브 제조 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공장 설립 전까진 제품을 B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중동의 걸프투자공사(GIC)는 2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신설 합작회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해외 국부펀드와 손잡고 세계 무대로 나간다. 제조업 육성이 절실한 중동 호주 중국(내륙 성 정부)은 돈과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은 제조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구조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점에서도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부펀드가 보증하는 해외 투자
중견·중소기업의 열망 중 하나는 해외 판로 개척이다. 대기업 입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치를 창출하는 사슬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해 부처별로 펀드를 만들거나 은행에 저리 대출을 하게끔 유도하는 등 해외 진출을 독려해왔다.
그런데 성과는 미미했다. 해외에서 기업을 경영해 본 적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아무리 정부가 돈을 빌려 준다고 해도 리스크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자금 조달도 대부분 대출 형태라 부채가 늘 수밖에 없었다. 실제 작년 말 잔액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액은 총 472조원. 이 가운데 466조원이 대출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중동 호주 중국의 투자공사와 5억8000만달러짜리 글로벌협력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해외 국부펀드가 기업에 직접 출자해 ‘피’를 섞기로 한 만큼 최대한 지원해 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책금융공사와 해외 국부펀드의 출자는 동일 비율이 원칙이되 해외 파트너가 원하면 50% 이상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와 현지 금융기관은 우리 기업에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일단 진출하면 세제, 행정 편의, 외국자본에 대한 부당한 대우 방지 등의 지원책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도 지원키로
정책금융공사와 글로벌협력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중동 호주 중국의 국부펀드들은 자국 제조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컨대 중국 장쑤성 지방정부 산하 장쑤과기투자집단과 결성하기로 한 2억달러 규모의 펀드는 국내 중견 제약사 E사의 현지 공장 증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E사는 당초 자금이 부족해 현지 법인을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이번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내년 초쯤 글로벌협력펀드에서 자금을 받으면 공장을 확장하고, 이후 기업 가치를 올려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장쑤과기투자집단은 상장 시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원 강국인 중동과 호주 역시 한국 제조업의 노하우를 끌어오려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GIC의 출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은 헬스케어, 태양광, 석유화학·플랜트 기자재 분야에서 한국 강소기업의 진출을 돕기로 했다.
QIC(퀸즐랜드 주 정부 자산을 굴리는 투자공사)가 운용할 호주 펀드는 유(乳)가공, 풍력, 석탄 가공 등에 관련된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장쑤성 정부의 주요 관심 대상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다.
해외 국부펀드와의 협력 모델이 나오자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익률 면에서도 투자할 만한 ‘상품’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간 정부 주도형 펀드들이 민간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데 애를 먹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GIC가 운용사인 중동 글로벌협력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IC가 24일 기금운용본부를 방문,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금융공사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일관성을 꼽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펀드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국부펀드들을 우군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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