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의 휴가

입력 2013-07-31 17:02   수정 2013-07-31 21:2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외국 정상들은 1년에 한 달 이상 휴가를 즐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휴가 일수는 평균 33일이다. 하와이 해변에서 근육질 몸매를 뽐내고 명문가의 최고급 휴양지를 빌리기도 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당선 다음날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지중해로 떠나 1주일간 초호화 유람선 투어를 즐겼다. 검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한 달 이상을 국내외에서 쉰다. 중국 정상들은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내지만, 사실은 휴가를 겸한 회의여서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가장 유별난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웃통을 벗어젖힌 채 말을 타거나 사냥하는 사진으로 마초 이미지를 과시해온 그는 얼마 전 21㎏짜리 강꼬치를 낚은 사진을 자랑하다 조작 시비를 부르기도 했다. 2011년 스킨스쿠버 도중 고대 그리스 도자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가 “얕은 물에 도자기를 미리 갖다놨다”는 공보실의 폭로로 망신을 당한 전과가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여름휴가엔 이른바 세 가지 공식이 따라붙는다. 시기는 7말8초, 기간은 3~7일, 장소는 군휴양지다. 청와대를 오래 비울 수 없는 데다 경호 때문에 아무데나 갈 수도 없다. 역대 대통령이 가장 많이 이용한 휴가지는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충북 청원의 청남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마다 이곳에서 매일 2㎞씩 조깅을 하며 망중한을 즐겼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호실 직원들과 축구시합을 벌였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9홀짜리 골프장을 애용했다.

경남 거제 앞바다 저도의 청해대도 인기 휴가지다. 이곳 ‘바다의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그리는 시를 쓰며 마음을 달랜 곳도 여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첫해 휴가지로 이곳을 택했으니 대를 이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섬이다.

그저께 이곳에서 박 대통령이 휴가 소회와 ‘저도의 추억’을 페이스에 공개한 뒤 인터넷이 온종일 달아올랐다. 성심여고 1학년 때 비키니 사진을 찍은 곳이라는 소문이 퍼져 더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수영복 사진은 중학교 2학년 때 인천 앞바다에서 찍은 것이라고 본인이 일전에 밝혀둔 것이 있으니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베일 속의 역대 대통령과 달리 소박하게 휴가 인증샷을 올리는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한 호응이 더 컸다. 월남치마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혼자 백사장을 거니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성 대통령 특유의 이런 감성이 정치판까지 말랑말랑하게 해 줄 순 없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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