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쟁점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입력 2013-07-31 17:04   수정 2013-07-31 21:20

어떤 사고, 위기든 전조가 있는 법…초기에 대처 못하면 큰 재앙 불러
의견수렴 거친 룰은 흔들림 없어야

신호창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



지진이 발생하기 2~3일 전에 쥐들이 먼저 이동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최근 독일의 한 지구생물학자는 개미가 경미한 지진을 느꼈을 때 주거지인 땅속에서 나와 밤새도록 집 밖에 머문다는 것을 밝혀냈다. 큰 지진을 앞두고 개미가 이사를 간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포식자에게 희생될 위험에도, 흙이 무너져 집단이 송두리째 매몰되는 더 큰 재앙을 줄이려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미물도 이러할진대 인류가 재앙과 실패를 부르는 예후를 보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반복해서 겪고 있다. 호미로 막는 것을 ‘쟁점관리’라고 하며 이는 학술적으로는 40년 된 커뮤니케이션 경영 전략이다.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쟁점을 사전에 관리해 큰 위기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다

쟁점관리가 효과적인 것은 사건 및 사태로 인한 손실의 10% 이내로 위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여년 이상 분석해 보니 우리 사회의 모든 위기와 실패는 조직의 쟁점관리 능력 부족이 원인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이론이다. 산업재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하인리히 법칙은 노동 현장의 사고 분석을 넘어, 사회·경제적 실패 원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큰 재해나 정책 실패는 ‘깨진 유리창’처럼 더 큰 사고를 예고하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지 않고 방치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노총과 노동단체로 구성된 희망버스 시위대 2500여명이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쇠파이프와 죽봉을 휘둘러 경찰과 시위대 등 100여명이 크게 다쳤다. 폭력 시위를 벌인 시위대는 물론 비효과적으로 대처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 같은 불법과 공권력 무시가 반복되는 것은 양측 간에 충분한 대화 부족과 엄정한 법 집행에 대한 사회적 학습효과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달라고 정부에 대드는 ‘신종 노조시위’도 있다. 지난달 초 정부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끝내고 새로운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 경매방안을 확정했음에도 한 통신사 노조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연일 성토하고 있다. 노조원의 생존권을 위한 것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특정 회사 노조원 생존권을 위해 자기 회사에 유리한 주파수를 달라는 주장에, 같은 노동자인 경쟁 회사 노조원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다.

정권 초기에 노조 이익을 앞세워 정부정책에 반기를 드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수차례의 정부발표에도 경쟁체제 도입을 민영화와 생존권 문제로 호도한 수서발 KTX 문제는 공공분야 노조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은 노동계에도 거세게 불어닥쳐 노동자의 인권신장 등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도 끼쳤으나, 이면에는 전투적 노조 탄생과 과격 시위, 노조 권력화로 공장이 해외로 내몰리는 제조업 공동화의 원인도 제공했다. 임금이 생산성을 초과하니 배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기업이나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도출하지 못하고 위협이나 달래기로 단방약 처방을 일삼아 왔다. 5년 단임제 정부는 정부대로 약속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에서 노조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은 정책 입안과정에서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룰은 반드시 지켜지고, 정부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는 사회적 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기고 운다고 정책이 흔들리면 누가 법을 지키고 정책을 따르겠는가.

최첨단 기술로 세계를 선도해야 할 통신정책도 마찬가지고, 적정가격으로 편리한 철도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국가 철도 정책도 마찬가지다.

내 말이 옳다는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에 국가 정책을 다루는 위정자들에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소신과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신호창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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