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설국(雪國) 피서

입력 2013-08-05 17:55   수정 2013-08-05 22:17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경복궁 옆 옥인동에 서촌재라는 작은 한옥갤러리가 있다. 요즘 이곳에서 무더위를 식혀 줄 설경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사진작가 임채욱 씨의 눈 덮인 겨울산 풍경 앞에 서면 어느새 등줄기의 땀이 식고 이마가 서늘해진다. 전시회 제목 ‘인왕산-설왕설래(雪王雪來)’에 임금왕(王)자를 쓴 것은 주체가 인왕산(仁王山)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려한 인왕산 수성동 계곡이 바로 지척이어서 한결 맛이 난다.

옛사람들도 여름엔 설경산수와 관폭도 등 시원한 그림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물리쳤다고 한다. 부채 그림에 최북의 ‘설경산수도’ 등 겨울 풍경이 많은 것 역시 선조들의 피서법과 무관치 않다.

설경산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눈 쌓인 산 아래 시동을 거느린 나그네가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이정근의 ‘관산적설도’, 눈에 둘러싸인 산 아랫마을 정자와 한 척의 배를 고즈넉하게 그린 안견의 ‘사시팔경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깊은 산중 초가집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마당의 눈을 치우는 모습을 묘사한 김유성의 ‘설경산수도’ 역시 눈 내린 풍경의 진수다.

변관식의 ‘관폭도’에서 영롱한 물보라를 뿜어내는 폭포수의 찬 기운을 느끼고 이경윤의 ‘고사탁족도’처럼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그 또한 선경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엔 겨울 눈 풍경 사진들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놓고 ‘모니터 설경’을 즐기는 동호인도 많다. 이마저도 시들하다면 연암 박지원이 강조한 ‘책읽기에 착심(着心)해 더위를 이기는 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첫 구절만 읽어도 마음이 설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설국’은 어떤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의 유자와 온천마을이 손에 잡힐 듯하다. 게이샤가 된 고마코의 ‘아름다운 거머리가 움직이듯 매끄럽게 펴졌다 줄었다’하는 입술, 기차에서 만난 처녀 요코의 얼굴 한가운데로 야산의 등불이 차창을 통해 이중노출처럼 겹쳐지는 장면에서는 가슴 떨리는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다.

1977년 박근형과 김영애, 김민경 주연의 영화로도 소개된 이 작품 외에 이와이 순지 감독의 감미로운 설국영화 ‘러브 레터’의 “오겡키데스카~?”에 감성을 실어보는 것도 좋다. 마침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개봉 5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의 투쟁을 그렸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설국 피서’로는 무거울 수도 있지만, 프랑스 원작 만화의 뛰어난 감각까지 맛볼 수 있다면 그 또한 금상첨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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