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국내시장 1위…기술력으로 해외공략 박차
쉰들러 경영권 위협땐 단호한 대처 방안 있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말까지 베트남과 아프리카에 추가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전체 매출의 15% 수준에서 3, 4년 내에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부사장(57·사진)은 1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호텔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네 곳에 해외 현지법인을 두고 있던 이 회사는 올 들어 말레이시아와 브라질에 새로 법인을 만들었다. 추가 설립을 통해 연말까지 해외법인 수를 8개로 늘리고 해외 대리점도 58개에서 64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 대표는 “법인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만 한국에서 파견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현지인으로 채용해 영업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채용 규모는 국가별 시장 규모와 성장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해외법인 설립 방법은 인수·합병(M&A)이나 현지 대리점과 조인트 벤처 설립, 100% 독자 출자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브라질 현지 공장도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간의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시장만 바라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4813억원, 영업이익은 127.3% 급증한 4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080m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등 앞선 기술력과 비용 절감을 토대로 경기 침체를 이겨냈다.
지난해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42.1%를 차지하는 등 2007년 이후 6년째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밀려 티센크루프나 오티스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국내 점유율은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국 엘리베이터의 운행 상황을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며 “내년엔 엘리베이터에 탄 고객이 화상통화를 통해 구조 등을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회계장부열람 소송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2대 주주 쉰들러(지분율 30.9%)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M&A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적대적 M&A는 않겠다’고 하니 정확한 입장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소송 중인 부분이 있어서 명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경영권을 위협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방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연세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상사에 입사했다. 1996년 LG산전으로 옮기면서 줄곧 엘리베이터 업계에 몸을 담았다. LG오티스 홍콩대만지역장(이사), 오티스엘리베이터 국내사업부장(전무) 등을 거쳐 2011년 7월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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