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기록물 접근권 제한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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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4 17:33   수정 2013-08-15 02:24

[시론] 대통령기록물 접근권 제한 완화해야

"국정기록은 史草 아닌 행정기록
국익 위한 국정에 참고하도록 후임자의 열람권은 보장해야"

조송암 (주)딤스 대표이사·한국기록관리학회 이사



검찰이 16일부터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다. 기록전문가로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앞서 국회는 국가기록원에 문제의 대화록이 없다는 것을 여야합의로 확인했다. 대화록 발생이 가능한 기간을 설정한 뒤 대상자들의 모든 기록물을 열어 전체 문장을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이관된 여러 지정기록물 중 유독 대화록만 찾지 못한 것은 이 문서가 애초에 이관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대화록이 역사자료이니 공식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PAMS) 이외의 다른 곳에서라도 찾아봐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쓸데없는 주장이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대화록의 진본인 녹음파일을 열어서 중립적 전문가들이 다시 녹취록을 만들면 된다. 이제는 국가의 기록관리라는 관점에서 국가 소유의 대통령기록물로 보존해야 할 기록이 실종된 경위를 밝혀 재발을 방지하고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현재 대화록의 생산에 관계한 사람과 전산시스템이 모두 존재하고 있어 진행 중인 검찰조사를 통해 전모를 밝힐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술수에 다름 아니다.

이제는 국가기록관리체계를 바른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사건 발생의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 근본에 과도한 열람제한을 규정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있다.

먼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우리 민족의 좋은 기록 전통에 위배된다. 조선왕조 때에도 실록 편찬의 중요 자료인 사초를 당대에는 임금도 볼 수 없도록 엄격히 관리했으나 실록으로 편찬한 후에는 후대 임금이 국정에 참고했다. 민주 시대인 지금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역사의 지혜와 과오를 국정에 참고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똑같이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기록법 역시 한국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비슷하게 기록물의 공개를 제한하는 제도가 있으나 공개가 제한된 보호기록이라도 후임 대통령이나 국회가 업무 수행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접근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정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이런 접근권 조항이 빠져 있다. 헌법 개정 수준인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열람 등이 허용됨으로써 국정의 연속성을 해칠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은 당대의 왕이 볼 수 없었던 조선시대의 사초와 달리 대통령이나 보좌 기관장이 결재과정에서 읽고 확인한 행정 문서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은 사초 등 원본 문서를 기초로 사관의 역사관을 반영해 새로 작성한 역사기록인 반면에, 현대의 국정기록은 기존 문서 원본을 변경 없이 그대로 보존한다는 게 다르다. 그리하여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남기는 것인데 후임자의 이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기록이 공개되면 대통령들이 후임자의 정치보복을 우려해서 기록을 남기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이는 기우이며 오히려 대통령의 기록 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사회를 이룩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으로 헌법에 따라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한 기록을, 국민으로부터 같은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후임자가 보지 못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일반에 공개된 기록과 달리 국정수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를 제한한 지정기록물이 더욱 국정에 참고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대화록 폐기의혹 논란도 현대 국정기록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과도한 접근권 제한이 빚어낸 부작용일 수 있다.

조송암 < (주)딤스 대표이사·한국기록관리학회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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