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야스쿠니 신사

입력 2013-08-15 17:24   수정 2013-08-15 21:31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일본 신사(神社)는 원래 모리(森·숲)라고 불렸다. 지금도 어디서나 숲에 둘러싸인 신사를 볼 수 있다. 일본인은 옛부터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며 자연이나 조상을 숭배해왔다. 이 토착신앙이 곧 신도(神道)이고, 그 신을 제사지내는 사당이 신사다. 신도는 에도시대까지 불교와 공존하면서 일본 문화와 국민의식의 바탕을 이뤘다. 출생 의례는 신사에서 하고 장례식은 절에서 하는 풍습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신사의 입구를 표시하는 도리이는 본당 뒷편에서도 수백개씩 터널 숲을 이루고 있다. 이어붙인 도리이가 1000개 이상인 곳도 많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도 나온 것처럼 주황색 도리이가 탄광 갱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데, 들어가서 뒤를 돌아보면 기둥마다 빼곡하게 글자가 적혀 있다. 돈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들의 이름이다. 선악의 도덕관념보다는 ‘길흉화복이 모두 귀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더 믿는 신도국가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이런 신사가 왜 군국주의의 본산으로 변했을까. 일본이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왕의 신격화와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신도를 국교로 정하고 10만여개의 신사를 정부관리로 바꾸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금은 신사를 종교단체가 관리하고 수도 8만여 개로 줄었지만, 이 때 이후 신사참배는 황국신민의 의무이자 애국심의 상징이 돼버렸다.

야스쿠니 신사는 원래 전사한 병사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 이곳에는 막부 말 혼란기의 무진내전부터 서남내전,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의 전사자 246만여 명이 합사돼 있다. 각종 칼과 총포 등 병기 5만5000여 점과 2차대전 자살 특공대 6000여 명의 명단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A급 전범 14명을 비밀리에 합사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1979년 언론에 공개되자 어이없게도 극우파들이 줄지어 참배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양심세력이 이들은 분사하라고 요구해도 “한번 신으로 모셨기 때문에 인간이 바꿀 수 없다”는 망언만 되풀이하고 있다.

어제도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무더기로 참배했다. 신사 밖에서는 극우세력이 “조센징(한국인)을 죽이자”고 외쳤다. 이종걸 의원 등으로 구성된 야스쿠니 신사참배 항의방문단은 일본 경찰의 저지로 발이 묶였다. 중국은 “사죄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고 ‘귀신참배’ 바람은 맹렬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다. 평소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면서도 ‘전쟁신사’ 앞에서 군군주의의 광기를 뿜는 일본인의 집단멘탈은 마치 원시종족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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