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주식회사' 지으려던 송도부지 10년째 잡초만 무성

입력 2013-08-15 17:26   수정 2013-08-16 02:52

저성장 늪에 빠진 의료산업 (上) 제자리 맴도는 의료선진화 정책

송도서울대국제병원 설립
시민단체 반발로 첫삽도 못떠
인천시, 올들어 '비영리'로 선회

1만명 서비스 일자리 창출…사실상 물건너 가




인천 연수구 송도경제특구에 있는 송도국제병원 예정 부지. 기자가 지난 14일 이곳을 둘러보니 13만719㎡에 이르는 땅은 길게 뻗은 잡초들만 무성했다. 지난 장맛비에 쓸린 맨땅은 곳곳이 파였다. 물 웅덩이가 생긴 곳도 있었다. 부지 입구에는 ‘바비큐장’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잡초들 사이에 버려진 폐자재가 가득했다. 한쪽 구석에 ‘국제병원 예정지’라고 적힌 푯말이 없었다면 버려진 황무지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은 “모두 공터야. 폐자재도 갖다 놓고, 쓰레기도 버리고…. 이 넓은 땅이 폐허가 됐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인천시가 10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큰 국제병원을 세우겠다며 법석을 떨었던 송도국제병원의 현주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올해 60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종합병원이 문을 열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서울대병원과 ‘송도서울대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1년 투자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일본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컨소시엄은 병원이 설립되면 의사·간호사 4000여명을 포함해 모두 1만명의 의료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차질이 생겼다.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데다 고급 의료인력이 빠져나가 국내 일반병원들은 황폐화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송도서울대국제병원이 들어설 땅은 미국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사 소유이긴 하지만 ‘인천시가 지정한 사업자에 팔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고, 전체 사업비 6000억원 가운데 인천시가 장기 저리로 3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기 때문에 인천시가 반대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구조다.

인천시는 올 들어 ‘비영리 병원’을 설립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서울대는 비영리 병원으로 ‘서울대·하버드대 송도국제병원(가칭·이하 송도서울대국제병원)’을 짓는 쪽으로 바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송도서울대국제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인천시 계획에 길병원 인하대병원 등 지역 병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환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에서다.

길병원 관계자는 “병원 간 경쟁만 가열시키고 결국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방병원만 피해를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도 “당초 계획대로 영리병원이 들어오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내국인 환자가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서울대병원이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하니 이게 무슨 정책이냐”고 성토했다. 비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외국에서 의료면허를 딴 의사가 근무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만여명의 고급 일자리 창출과 의료서비스 개선 효과는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송도=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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