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香 짙은 '샤토 영동'…수십억대 매출 영근다

입력 2013-08-21 17:12   수정 2013-08-22 02:28

농업도 신성장 산업이다 (3) 기업가 정신이 깃들다

'컨츄리와인' 연 1만여병 생산…국제소믈리에총회 만찬주 선정
귀농 2세들 '기업가 정신' 발휘…제품개발·시설투자 강화…인터넷·직거래 등 판로개척





“와인 맛이 어떻습니까. 아까보다 깊고 무겁죠. 한국산 캠벨 포도의 가벼움을 산머루가 착 가라앉혀주는 것입니다.” 충북 영동군 주곡리 ‘컨츄리와인’ 농장. 불볕더위에도 지하 와인 저장실은 한기가 돈다. 김덕현 씨(31)가 농장산 드라이와인을 따 한 잔 권했다.

‘샤토(와인이 만들어진 농장을 뜻하는 프랑스어) 영동’의 맛은 생각보다 진했다. 시험 생산 중이라는 코냑도 맛보았다.

○국산 품종으로는 쉽지 않아

경기도 일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김씨는 4년 전 고향 포도밭으로 왔다. 프랑스 보르도, 미국 나파밸리에서나 볼 수 있던 와이너리(와인 농장)를 만들고 싶어서다. 영동에는 같은 꿈을 갖고 시작한 와이너리가 어느새 45곳에 이른다.

김씨의 조부는 일제 강점기 미크로네시아에 강제 징용을 갔다가 포로수용소에서 와인 주조법을 배웠다. 그가 돌아와 1959년 우물가에 포도 묘목을 심은 것이 영동 포도의 시초였다. 집에서 마시던 포도주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 아들인 김마정 대표다. 2010년 주류제조 면허를 따고 발효 숙성통, 파쇄기, 병입기 등을 갖췄다. 김 대표의 아들인 덕현 씨는 이때 합류했다.

당시 한 해 포도 1억송이를 재배하던 영동군은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지자체와 농가는 성장하는 와인 시장에 눈을 돌렸다. 지서경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생포도 10당 소득이 1900만원인데 30%만 가공으로 돌려도 3150만원으로 뛴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와인은 1977년 두산주류의 ‘마주앙’ 정도가 명맥을 유지했다. 외국산과 경쟁하려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인기를 끈 ‘이건희 와인(이탈리아산 티냐델로)’처럼 명성과 품질을 끌어올려야 했다. 김씨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캠벨 포도는 타닌이 적어 숙성시켜도 깊은 맛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2세들의 젊은 감각

영동지역 농업인들은 이 같은 한계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극복해가고 있다. 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에 개설된 ‘와인 아카데미’를 통해서다. 인근 양산면의 블루와인펜션농원은 블루베리를, 도란원농장은 대나무 숙성법을 선택했다. 지난해 5월 국제소믈리에협회 총회의 공식 만찬주로 컨츄리와인이 선정되는 등 가능성도 엿봤다.

김씨 부자(父子)는 수확한 포도를 전량 투입, 한 해 1만5000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2010년 50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억원으로 뛰었다. 포도빵 재료를 찾아 농장을 방문한 구성기 구스브레드 대표는 “소비자 신뢰를 위해 국산 와인을 찾았는데 맛과 향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마트에 공급하려니 마진을 맞출 수 없어 인터넷과 관광객 직거래를 하고 있다. 진창원 블루와인펜션농원 대표는 “수입산 와인병·코르크에 인지를 붙이고 맹물만 담아도 원가가 8000원”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문제”라고 말했다. 50여 농가가 뭉친 ‘영동와인연구회’는 병과 코르크 공동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회에는 귀농인 2세를 포함해 30대 회원이 다섯 명 있다.

○반짝 관심이 더 걱정

블루와인펜션농원은 와인 판로를 관광이라는 ‘6차산업화’로 뚫었다. 지난해 6월 농장에 펜션을 개장한 뒤 현재까지 4000여명이 방문했다. 진창원 대표는 “3년 전 귀농해서 와인을 생산해 보니 소비자를 직접 끌어들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펜션 매출만 1년에 8000만원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손님이 늘자 최근 객실 5개와 와인 족욕장도 지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아들 진경석 씨도 올해 농장 경영에 합류했다. 그는 “기존 농가들은 자금이 생기면 땅을 샀지만 젊은 농업인들은 제품 개발과 시설 투자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와인 소비가 늘어난 데다 한류로 인해 국산 와인 관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올해 ‘청수’ 품종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영동=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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