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48) 독과점의 문제

입력 2013-08-21 17:16   수정 2013-08-22 04:27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한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독과점 논란이 뜨겁다. 독과점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독과점은 독점(獨占)과 과점(寡占)이 합쳐진 단어다. 독점은 하나의 기업이, 과점은 소수의 기업들이 한 산업을 지배하는 시장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독과점의 존재 가능성은 일차적으로 특정 산업 안에 활동하는 기업이 몇 개인가로 드러나지만, 산업 내 기업의 숫자만으로 독과점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기업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가 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배란 재화나 용역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졌는지를 의미한다.

어느 판매자나 자기가 파는 것의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가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는 판매자가 있을까 싶겠지만, 독과점 여부를 결정하는 시장지배력이란 예컨대 판매자가 수동적으로 시장의 가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격을 정해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힘이다. 결국 판매자가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즉 눈치봐야 하는 경쟁상대가 있는지 여부가 경쟁시장이냐 독과점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사실 특정 산업 안에 활동하는 기업이 한 개면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당연히 가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들이 많다면 독과점이라도 함부로 가격을 올리거나 하기 어렵다.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 경쟁자들을 유인하게 되면 적당한 가격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잠재적 경쟁의 압력이 독과점의 횡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장벽이 없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이미 다른 주요 포털 사이트가 있었다. 그러나 이 포털은 수년 안에 업계 1위가 됐고, 한때 관심을 모았던 유명 외국 사이트들까지 제쳐 사실상 독점이 됐다. 해당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인터넷 포털 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없다. 누구든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용자들은 순식간에 이동할 것이다.

물론 인터넷 포털 시장에 특이한 점이 있기는 하다. 구매자인 포털 이용자들한테는 직접 돈을 받지 않는 대신 광고주들로부터 수익을 거둔다는 사실이다. 결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광고주들 간의 관계에서 갖는 지배력의 원천은 이용자인 우리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진입장벽 존재의 중요성 같은 독과점 논란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해당 사이트가 다른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부당하게 막은 사실이 있다면 이는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런 행태를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사이트가 진출하려는 다른 사업영역에도 진입장벽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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